생포 간첩의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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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 다대포 해안으로 침투하려다 생포된 무장간첩 2명이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의 북한 실태등을 낱낱이 증언했다.
이들은 대남 파괴공작을 전담하는 원산 313연락소 소속인데 일단 남한침투에 성공하면 주요 시설을 폭파하고 다수의 시민을 살상함으로써 극도의 사회혼란을 일으킬 임무를 띠고 있었다는 폭로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들은 원산연락소에서 6∼10년동안 파괴공작에 관한 「만능」교육을 받았으며 이같은 파괴요원 훈련소가 원산 말고도 청진, 해주, 남포에 있어 모두 1천6백명의 공작 요원이 대기상태에 있다.
해상 침투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남한에 침투, 엄청난 파괴력을 구사할 경우 우리가 당할 혼란상태는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다시한번 우리의 경계태세를 돌아보게 된다.
특히 이들의 해상침투 수법과 장비가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파괴요원을 태운 모선은 어선을 가장, 낮에는 해상에 정박해 있다가 밤에만 항해한다. 모선에서 분리되는 자선은 우반수형으로 돼있어 식별이 곤란하며 육지에 침투하는 반항 추진기는 이탈리아 제 1인용 스쿠터를 사용한다.
3면이 바다인데다 복잡하고 긴 해안선을 가진 남한의 지형은 이들의 침투를 용역하게할 가능성이 많다.
해상침투 요원을 비롯해서 북괴가 보유하고 있는 게릴라는 모두 10만 병력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미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실로 북괴는 정규전 못지않게 비정규전에도 엄청난 군비를 쏟고 있음을 재확인 할 수가 있다.
이같은 대남 강경노선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확정된 김정일의 직접지휘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이번 무장간첩 침투도 김정일의 친필명령서에 따라 수행됐으며 이미 김의 호전적 모험주의는 임진강 무장공비 침투사건, 울릉도 해상침투사건, 그리고 무엇보다 아웅산암살폭파사건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일연의 폭파, 침투 기도사건이 과연 북괴에 어떤 이득을 주었을까.
아웅산사건으로 북괴는 비동맹국가로부터 단교, 경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으며 공산국가조차 그들의 테러만행을 규탄하고 있다. 북괴와 교역을 계획하던 일부 서방국가는 그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그들이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있는데도 북괴는 좀처럼 대남 파괴공작을 중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들이 한낱 광신·포력집단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안으로는 철저한 통제와 폐쇄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주민은 도대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채 이들 부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만 허용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에 생포된 전충남, 이상규 두간첩이 생포된지 열홀만에 대한민국의 따뜻한 품에 귀순한 사실은 그들의 통제사회가 개방사회와 만나는 날 얼마나 허약하게 허물어지는가를 웅변으로 증명해주는 일이다.
결국 그들의 대남 파괴공작은 우리의 경계심만 드높이고 국제사회에서 스스로의 묘혈을 파는 짓임은 물론 북한주민의 내심으로부터의 동조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임을 북괴는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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