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3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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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방송위원회가 「공영방송3년의 성찰」을 주제로 지난8∼10일 제주 도오뀨호텔에서 가졌던 세미나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 미확립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날로 비대해져 가는 TV의 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정마다 「TV안보는 날」을 만들자는 이색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주제발표와 그에 대한 토의 및 종합토의형식으로 진행된 이 세미나에서 제l부 주제발표자인 박용상씨(방송위원화위원· 원주지원장) 는 「공영제의 이념과 과제」를 통해『공영방송의 제도적 이념은▲다양성▲독립성▲공공의 참여▲중립성및 공정성』이라고 규정하고▲방송순서편성에 관한 일반원칙의 제정▲방송자문위원회의 활성화▲KBS제2TV를 교육채널로 사용하는 등의 교육방송체제정비▲채널간의 획일성 중복편성·동시중계를 지향하는 방송운영의 합리화를 과제로 내세웠다.
이어 열린 토의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던것은 다양성과 제도운영. 강현두교수 (서강대)는 『다양성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4개의 TV채널 중 KBS가 3개를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순이며 내적으로도 분리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공영의 이념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상희교수(서울대)는『정부투자기관관리법·예산회계법등 정부가 갖는 법적·행정적 문제가 남아 있어 방송독립· 중립·시청자참여가 어렵다』고 분석하고 근본적인 활성화대책 마련을 요망했다.
제2부 주제를 발표한 류재천교수 (서강대)는「프로그램편성과 국민의 편의」를 통해 『방송의 독립성·자율성 보장 그 자체가 공익』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현재 방송현실은 ▲채널별특성이 없고 ▲보도프로의 공익성이 의문시 되며▲지역사회를 위한 프로그램의 황폐화현상▲기본편성의 빈번한 변경과 인기종목에 치우친 스포츠 프로그램편성▲전통문화프로그램 빈곤▲소수집단을 위한 프로그램결여등 공익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의에서 ●정진석교수 (외국어대)는「주어지는 프로그램을 잘만들어야한다는 것을 뛰어넘어 시청행위자체에 「방송으로부터의 해방」을 고려해야할 시기』라고 주장하고 다양하게 추구해야할 가치가 방송 시청으로 획일화되는 것도 공익인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방송의 의존성·중독성을 벗어나고 자율성을 기르기 위해 가정마다 「TV 안보는 날」을 주1회 설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제3부 주제발표를 한 원우현교수 (고려대)는 「문화기호의 변천과 방송의 역할」을 통해 「대중문화인 TV가 서구문화의 소개나 그 활용에 그치지 않고 우리사화의 문화적 요소를 TV의 문화전달에 맞추어 대중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의에서 김광수 (M-TV제작국 부국장), 김영희(K-TV제작2국 부국장)씨등 실무진들은 공영화이후 교양프로그램에 대한비중이 크게 늘었으며 이들의 질역시 향상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열린 종합토의에서는 공영화 재개편설까지 등장하는등 이례적인 극단론·상황론이 강력히 대두돼 이채를 띠었다.
추광영교수(서울대)는『우리의 모자이크식 제도로써는 공영화를 제도로 뿌려내리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영국의 경영위원회·독일의 방송참의회를 도입, 재개편을 모색해야한다는 의견을 폈다.
오택섭교수 (고려대)는 영화이후 보도의 불편부당성은 오히려 후퇴한감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TV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방안으로 프로그램시간량을 줄이자는 제안용 내놓기도했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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