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테러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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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동 쿠웨이트에서도 12일 자살폭파사건이 일어났다. 동시에 6곳에서 일어나 6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한다.
이같은 유형의 사건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은 그 첫번째 사건인 지난 10월23일의 레바논주둔 미·불평화유지군 사령부 폭파 이후부터 있어왔던 터이지만 중동에는 우리의 민간업체들과 많은 기술인·근로자들이 진출해 있고 위기지역에서의 그같은 국제적인 대형 쟁건의 연발은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공격목표가 미국과 프랑스의 각종 시설이었다는 점에 공통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누가 폭파했는지는 아직 밝혀진바 없지만 반서방 아랍 강경파 요원들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사건의 중요성은 그것이 어느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이해나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아랍사회에 뿌리 깊게 침투되어 있는 정신적·사회적구조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먼저 들수 있는 것은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확신으로 중무장된 아랍민족주의다. 아랍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이 아랍민족주의는반제국·반직민·반서구·반유대사상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과거의 제국주의 식민세력이었던 프랑스나 영국, 제국주의의 후계자로 믿고 있느 오늘의 미국, 그리고 제국주의의 앞잡이로서 자기네영토를 강점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강한 증오심을 가지고 반항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볼수 있는 특징은 반군주제·반자본주의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호메이니」식의 회교공화국과 아랍식 사회주의로 연결된다.
석유자본에 의한 부의 격증, 거기에 수반된 상하간의·격차가 오늘날 아랍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여기에 가세한 것이 「호메이니」선풍이다. 왕제타도와 회교공화국 수립은 오늘날 진보적인 아랍민족주의 세력의 지상과제로 되어 었다.
그둘이 지금껏 군주제를 고수하면서 구미의 비호를 받고 있는 쿠웨이트와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의 집권체제나 기독교도의 정권인 레바논정부를 전복시키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빈발해진 서방 또는 친서방세력 상대의 사건들도 그런 정신적·사회적인 종속구조에 대한 인식이 지속되는 한 쉽게 꺼지지 않을것 같다.
더구나 과거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에 의한 여객기납치·폭파같은 무고한 제3자둘을 무차별 희생시키던 테러행외와 달리 이번 사건들은 비록 규모는 크지만 공격의 초점을 그들의 반대세력에 한정시킬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들은 自制力을 갖기가 힘들것 같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이 회교도들의 지하드(성전)정신이다. 알라신을 위한 성전에 나가 싸우다 죽으면 천국의 자리가 확보된다는 순박한 선은 그들의 순교를 자극하는 위대한 힘으로 작용하고 순교는 곧 순국이요 순족이라는 논리를 낳았다.
우리를 더욱 우려케 하는것은 그 같은 포력유형이 아랍사회와 유사한 정신적·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수 있단는 점이다.
현재로는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가 중동과 비슷한 종속구조 상태와 극단적인 민족주의운동의 와중에 놓여 있다.
그러나 자살폭파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전술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것을 조종하는 배후 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이 세력은 고도의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일 것이다.
따라서 자살폭파를 미리 적발할수 있는 에방체제를 강화하거나 그로인한 효과를 극소화하여 그 전술의 무용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에 방지의 역점이 주어져야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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