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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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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는 초대형 불꽃 쇼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이날 사용된 폭죽은 국내 사상 최대인 8만 발로 약 15억원 규모다. 변선구 기자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국이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지위(MES.Market Economy Status) 국가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1000억 달러가 넘는 주요 교역국가 중 중국을 시장경제지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우리가 처음이다. 두 정상은 이 같은 내용의 7개 분야 한.중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통해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은 양국의 '김치 파동'과 관련, 양측이 품질 감독.검사.검역에 관한 고위급 협의체를 조속히 가동시켜 식품위생, 동식물 검사.검역 등 품질 검사 분야 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두 정상은 9월 19일 베이징의 제4차 6자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환영하고 이를 통해 6자회담의 목표와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주요한 기초를 다졌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계속 성의를 갖고 신축성을 보여줘야 하며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해 회담이 계속 진전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후 주석은 지난달 28~30일 북한 방문 결과를 이날 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공동회견에서 "북쪽의 김정일 위원장이 내게 특별히 전달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은 없으며 대신 후 주석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전해들었다"며 "김 위원장은 이 대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명확히 확인한 뒤 4차 공동성명은 매우 긍정적 의미가 있고 그 성과도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은 "역사 문제가 동북아 국가 간의 협력.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역내 국가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해 나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 일본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

두 정상은 2003년 7월 노 대통령의 방중 당시 합의한 '한.중 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양국 수교 20주년인 2012년에 양국 무역액 20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도 기울이기로 했다. 2007년은 한.중 교류의 해로 정해 각종 행사를 기획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양국 외교장관 간의 상시 의견교환이 가능하도록 직통전화(hot-line)를 개설하고, 외교부 차관급 정례협의 채널도 설치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한.중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민간공동연구가 2005년부터 2년 예정으로 가동되고 진전을 거둔 데 만족을 표명하고, 양국 연구기관이 연구보고서를 예정대로 완성해 정부에 정책 건의하기를 희망했다.

한편 공동성명에서 중국 측은 "세계에서 중국은 오직 하나뿐이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측은 이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존중을 표명했으며 중국 정부만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재확인하고 '하나의 중국' 입장을 견지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 한.페루 정상회담=이날 오전 노 대통령은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향후 양국의 실질협력 분야를 정보기술(IT).생명공학(BT) 분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톨레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대페루 투자 증대와 함께 페루가 국가 개발전략 기획 수립을 위해 설립 중인 '국가개발 전략기획센터(CEPLAN)'에 대한 개발경험 자문을 요청했다. 두 정상은 양국이 동북아.남미에서 각각 상호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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