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선고 법정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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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0…이날 공판은 범인들의 사건전모와 죄상을 낭독한 재판장의 낭랑한 목소리만 울려퍼지는 가운데 숙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간간이 공판정 상공을 지나는 버마공군전투기의 폭음소리가 들렸으며 범인들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질 때 범인들의 모습을 담기 위한 카메라 플래시와 무비카메라의 라이트가 비쳐졌을 뿐 공판정 내외는 삼엄한 경비속에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날 방청석에 나온 각국대사들은 선고 내용을 메모하고 일부 외신기자들은 사형선고에 대한 제1보를 송고하기 위해 공판 도중에 나가기도 했으며 평소 당황한 빛을 보이던 소련의 타스통신 특파원등 일부 동구권기자들은 처음으로 공판내용을 취재수첩에 열심히 기록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형을 선고받은 아웅산사건 범인 강민철은 이날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을 똑바로 응시하다 이따금 수건으로 이마의 식은땀을 닦기도 했으나 진모는 시종일관 고개를 한쪽으로 떨군 채 앉아 있었다.
이날 선고공판의 사형선고 내용은 한국어로 통역해주지 않아 두 범인은 자신들에게 떨어진 형량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선 채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상오11시30분 재판부가 폐정한 후 범인강민철은 여유있는 자세로 걸어나가 대기중인 호송차에 먼저 오르고 진모는 약1분 후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다음 호송차에 올랐다.
○…이날 공판이 끝난 후 재판부는 범인들이 범행에 사용한 소지품을 공판정에 전시, 50여명의 방청객들에게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공작장비와 소지품은 말굽자석·폭탄파편· 불발탄· TNT화약· 콘덴서· 볼베어링·초컬리트· 미싯가루· 버마지폐와 미화·시계·살상용 만년필·소니 라디오·송신용 배터리· 이어폰· 수류탄안전핀· 의약품·수첩· 25구경권총· 소음기· 탄창·실탄·폭약·독약·우산·볼펜· 라이터· 열대지방모자· 의류등 78개종류에 수백점에 달했다.
이날 각국 대사들은 공작장비를 설명한 버마경찰 정보부국장에게 장비의 성능과 제조처 등을 일일이 물어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버마국영BBS방송은 아웅산 묘소암살폭발사건의 범인 강민철과 진모에게 사형을 선고한 버마재판부의 공판내용을 9일하오1시 (버마어방송)와 1시30분(영어방송)두 차례에 걸쳐 톱뉴스로 보도했다.
○…버마의 법조계 소식통들은 이번 사건과 같이 비중이 큰 사건은 2∼3년, 최소한 1년 정도의 재판과정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버마정부는 이 사건을 수사에서 공판에 이르기까지 신속하고도 올바르게 진행시켰다고 평가
【랭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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