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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피격|「원인」몰라 영구미제될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983년9월1일새벽3시26분22초 목요일의 공중대학살 KAL007기 피격참사는 9일로 1백일을 맞지만 아직도 전 세계인의 가슴속엔 분노의물길이 꺼질줄모르고 우리주변엔 단장 의 슬픈 잔영 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2백분명의 생명을 잃은 이 대참사의 원인을 밝힐수있는 블랙박스 회수작업은 미· 소의 최신과학장비동원과 첩보신경전속에 지난달 5일정식중단됐다.
사건직후 활동을 개시한 ICAO (세계민간항공기구)는 2개월에 걸쳐 미국·일본·소련,그리고 우리나라를돌며 사건경위를 조사했고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가능성등을 담은 최종보고서가 5일 작성되어 38명의 이사에게 비공개로 배포되었다.
보상문제는 KAL측에서 숭무원을 포함,한국인유족 1백10명에 대해 1인당 10만달러의 최종보상액을 발표,법정다툼이 없는한 외국승객 유족들에게도 같은선에서 해결될 단계.
그러나 이에 불복,현재 소송을 제기한 유족은 미국인 42명,한국인12명과 일본유족들이 공동으로 15명의 변호인단을 선임해놓고있다.
사할린해역에서 수거된 피격기잔해 7백14점은 사고원인 규명에는 아무런 단서도 되지못한채 김포공항창고에 보관돼있다.일본 북해도도청에 전시중인 승객유품3백73점은 확인절차를거쳐 이달말 유족에게 인도될예정.이가운데 확인된 한국인유족들의 유품은 9가족12점, 무엇보다 이번 참사로 심각한 후유증과 시련을 받고있는 곳은 KAL.
유족보상금으로 1인당 지급될 10만달러중 몬트리올협약에규정된 7만5천달러이외에 2만5천달러를 조중훈사장 사재로 부담토록 돼있어 6백70여만달러를 마련키위해 조사장은 한진그룹에대한 자신의 주식분을 증권시장에 내놓았다.
이사실이 와전돼 조사장의 퇴진설, KAL경영진 교체설로 발전됐고,KAL은 사고수습이외에 직원들의 사기저하라는 시련을 겪고있다.
그동안 KAL에서 사고수습에 든 비용은 30억원정도.
경제적인 손실도 문제지만 민항기로서의 안정성에 대한 이미지추락을 극복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11월부터 뉴욕∼서울편 KAL007편명(사명)을 017로 바꾸었다. 10월엔 미주지역 여행업자40명, 지난달엔 유럽·동남아지역 항공문제전담언론인 8명을 초청,이미지회복을위한 집중홍보를 벌였다.
그런데도 「로드· 팩터」 (탑승률) 는 계속 하강커브를 그리고있다.지난달26일 3백석이넘는 017편 점보기에 고작94의 승객이 탑승하는가 하면 계속해서 l백명을 밑도는 이용률은 KAL이 앓고있는 후유증의 심각성을 대변하고있다.
FAA (미연방항공국) 는 사건직후 1개월동안 폐쇄했던 참사항로인 R20을 10월4일부터재개했지만 KAL은 연료절감의 잇점을 마다하고 그보다1백60마일 남쪽인 R80항로를 운항하고있다.
그러나 KAL의 이같은 고충이나 시련도 유족들의 그것에는 견줄수가 없다.
피해자이면서도 승무원가족이라는 회사와의 공동책임 때문에 통곡마저 참아야했던 승무원유족들증에는 참사로 가장을 잃은 후 불운이 겹쳐 이중고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
교체부기장 김서일씨의 2남 승재군(7) 은 선천성심장염으로 10월2일 개심수술을 받았고 교체기장 안인수씨 유족들은 10월10일 시어머니 선음전전씨 상을 당해 탈상도 하기전에 다시 상복을 입는 비운을 당했다.
이들에게 의지가 되었넌 것은 미망인끼리 의형제률 맺은일.
피격기부기장 손동희씨의 미망인 유행자씨(43) 는 『불행도함께했다면 인연이 아니겠느냐』며 『아버지없는 자식들을 키울일이큰걱정』 이라고하소연했다.
유가족중에는 요절한 가족의 뜻을 기리기위해 보상금을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미국디트로이트대에서 미생물학 석사학위를 받고 일가족4명이 귀국길에 변을 당한 고 이희령중령의 어머니 김재숙씨(58·서울 양평동)는 아들의모교인 강원대에, 딸을 잃은 민정당 권정달의원도 딸의 희생이 헛되지않게 하기위해 보상금을 장학금으로 내놓겠다는뜻을 KAL에 전했다.
KAL의 주선과 왓까나이 진혼제때 한방을 사용한 인연으로 아들과 딸의 영혼결혼식을 올린 김범천씨 (선원) 와 여승무원 조형심양, 부사무장 김학구씨와 여승무원 서정숙양의 유가족들은 생전에 이루지못한 두커플의 인연을 사돈으로 맺어 서로의 아픔을 덜고있다.
『머나먼 북녘 밤하늘에/별이 떨어졌네… 어째서 돌아오지않나 그날 그사람/망막에 떠오르는 그 얼굴/아아- 안개깊은 국경항로』
피격KAL기 희생자를 위한애도노래 (일본인 「오오꾸라· 요시오」작) 는 저무는 이해의 마지막을 한층 애처롭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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