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예술단체 돈 관리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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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예술가가 지나치게 돈에 관심이 많으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반대로 돈 문제와 담을 쌓고 다니는 예술가는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공인회계사 김성규(42)씨가 인연을 맺어 온 사람들은 주로 후자의 예술가들이다. 그는 최근 7~8년간 돈 문제를 등한시했다가 문제가 생긴 예술단체와 극단.무용단.합주단 등 공연단체 자문을 해주며 '예술계의 재정문제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은 사람이다.

그가 문화 예술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던 1998년이다. 당시 정부로부터 구조조정 지침을 통보받은 서울예술단의 경영자문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됐다. 정부기금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던 이 예술단은 당시까지 유지되던 연공서열제를 없애고 전 직원과 연봉제로 재계약을 해야할 처지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조직 내에선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알음알음으로 구원 요청이 김씨에게 전해졌다.

네 명의 회계사가 넉 달 간의 작업을 통해 연봉제로의 전환을 위한 계획표를 짰다. 수임료는 1000만원. 사실상 자원봉사라고 하는 것이 맞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 일을 계기로 많은 예술가와 단체들이 돈에 관계된 문제가 생기면 그를 찾아왔다. 예술인 등에 대한 경영 자문을 되풀이 해 온 덕분에 그는 국내 예술계 경영에 대한 전문가가 됐다.

"예술계에서는 아직도 손 안에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버틴다는 단순 논리가 통합니다. 개인 차원을 넘어서 웬만한 예술 단체까지도 돈 문제에는 주먹구구 방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써도 되는 돈인지 안 되는 돈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다가 곤경에 처하거나, 안내도 될 세금을 내고 환불조차 못 받는 경우를 허다하게 봐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만든 모임이 D.A.M.(Do Art Management)이다. 이 모임은 예술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알아두어야 할 경영과 재무.회계 분야에 관한 관련 지식을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 그룹이다.

2000년 30여 개의 예술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결성했고 지금까지 여기서 공부한 예술단체 인사는 수백 명에 이른다. 어떻게 하면 기업의 기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으며, 그렇게 얻은 기부금은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고, 세금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의 문제를 예술인들과 함께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세법 및 예술과 관련된 법률 규정이 모호하고 필요한 규정 자체가 없는 경우까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렇게 발견한 문제들을 요약해 책으로 엮어왔다. 2002년 '문화예술단체 설립과 관리실무'를 펴냈으며 지난해에는 '예술단체의 재원조성과 투자유치'를 썼다. 그리고 최근 '문화예술을 위한 회계와 세무'를 냈다.

20여 명의 회계사가 일하고 있는 한미회계법인 대표인 그는 "최근 몇년 간 예술관계 일을 하다보니까 예술인이란 호칭을 간혹 보너스로 들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글=왕희수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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