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출신에 취업문 너무 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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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지방의 상고생들은 무엇을 공부해야 그들의 진로에 도움이 될건지 몰라서 방황하고있다. 취업담당교사인 나로서는 상고생이 응시할 채용시험에 대해 문의해오면 무엇을 준비하라고 분명히 말해줄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각 기업체들은 초급사원을 공개채용할 용의는 없는지 묻고싶다. 문교부·노동부등 관계기관은 기업체의 공개채용을 유도하여 상고생의 학습의욕 고취와 상설설립의 취지를 되살렸으면 한다. 신문지상에서의 공표만이 아닌 누구나 원서를 접수할 수 있고 필답고사까지도 볼 수 있는 공개채용시험 제도였으면 한다.
유수기업체의 공개채용시험이 공표되어 응시하려해도 원서마저 얻을수없고 어쩌다 점수되어도 서류심사에서 낙오돼 본고사에는 응시도 할수없으니 상고 3년의 취업을 향한 전문교육은 입사시험 한번 못본채 사장돼버리고 만다.
이글을 씀이 목표없이 지도하는 교사로서의 부끄러움을 면하고자하려는 것만은 아니다.
교육의 국가적손실을 논하기에 앞서 목표의식없이 그저 졸업장만 받기 위해 다니는 것같은 학생들이 안스러워서다
어떤 사람은 공무원시험도 있고 은행시험도 있지않느냐고 되물을수도있다. 그러나, 공무원시험은 연령상의 문제도 있으려니와 상고생보다 인문계생에게 오히려 유리하다. 은행시험도 차차 지방의상고생에게까지 응시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 실정이며 여학생이 절대적으로 많은 지방 상고에는 단 한명의 응시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연유로 상고가 인문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응시생이 많아 경비가 많이들면 원서대금을 수렴해서라도, 응시장소가 협소하다면 학교시설을 빌어서라도 누구에게나 응시기회를 줬으면 하고 촉구해본다. 각 기업체의 시험과목까지 미리 알려져 있어 상고에서의 학과목이 입사시험과목과 서로 연계적인 것이라면 학생들의 향학열을 불태울 수 있는 장이 되리라 믿어본다. 첨언하여 부기 주산 타자등의 기능 급수의 폐지와 입사시험에 있어 기능급수 고수를 요구하지 않도록 권장하고있는 문교정책은 인문고등의 졸업생보다 조금이나마 취업에 유리했던 점을 거세해 버리는 것 같아 지방상고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것 같다. 여느 학생이 내게 한말이 기억난다. 『선생님, 취업이 안되도 좋으니까 입사시험이라도 응시할수 있어서 인문고생처럼 열심히 공부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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