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때 집 사자 … 대구·경북 가계빚 60조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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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주부 박모(38·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다음달 달서구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다.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얻어서다. 그는 “월 30만~40만원 이자만 내면 큰 돈을 빌릴 수 있다.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가보니 이사하는 아파트 두 집 중 한 집꼴로 대출을 끼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팀이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올 1월과 2월 사이 대구의 아파트는 1.3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10.81%, 지난해 8.30%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 또 이렇게 값이 뛴 것이다.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가계 빚도 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대구·경북 주민이 은행에서 낸 빚은 8조6710억원. 이 중 6조1223억원은 아파트 구입 등에 쓰이는 주택담보대출이었다. 2013년 대구·경북 주민의 은행 빚은 2조원 안팎에 주택자금대출도 1조원 선이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26일 대구은행 등 시중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 금융기관의 여신 규모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3% 선인 금융기관의 낮은 대출 금리, 한 달에 평균 1% 상승하는 아파트와 주택값이 지역의 가계대출 규모를 늘린 것이다.

 이렇게 주택담보대출이 늘면서 대구·경북의 누적 가계대출은 60조원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지역의 누적 가계대출은 57조5459억원. 이 중 58%인 33조6346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대구·경북 전체 거주자를 550만명으로 볼 때 1인당 1000여 만원의 은행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대구·경북 공공기관과 기업·개인이 은행을 포함해 전체 금융기관에 맡긴 예금(수신)은 지난해 11조585억원이었다. 기관과 기업이 맡긴 자산이 함께 포함된 금액이지만 가계대출 총액보다 2조4000억원 많은 데 그쳤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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