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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심판 홍은아의 '여기는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경기 평점, 어떻게 나오나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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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지성.이영표 선수의 경기가 끝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기사들이 영국 언론사에서 발표하는 평점에 관한 내용일 겁니다. 그런데 매체마다 점수가 조금씩, 어떤 때는 크게 차이가 나죠. 도대체 평점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매기는지,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 건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영국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의 평점이 가장 많이 인용되죠. 스카이스포츠는 지난해 평점 제도를 시작했어요.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월드컵 예.본선을 포함한 각종 국제 경기가 모두 대상이 됩니다.

해당 경기를 취재하는 기자가 경기 뒤 평점을 줍니다. 기준은 '선수의 전체적인 경기 수행 능력, 특히 그가 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예요. 스카이스포츠의 에디터 애덤 마셸은 "언론사마다 점수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점수를 주기도 하고…. 나도 우리 회사에서 발표한 평점이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스카이스포츠의 평점에 근거해 선정한 '올해의 선수'는 상당히 정확했다. 존 테리, 프랭크 램파드(이상 첼시), 티에리 앙리(아스널) 순이었으니까" 라고 했어요.

스카이스포츠의 평점 기준은 ^4점(못함) ^5점(평균 이하, 약간의 실수) ^6점(평균, 특별히 인상적인 것 없음) ^7점(잘함, 인상적)^8점(아주 잘함, 영향을 많이 끼침)^9점(뛰어남, 톱 클래스 플레이)^10점(아주 훌륭함, out of this world).

10점은 매우 드물어요. 올 시즌에는 아직 10점 받은 선수가 없어요(박지성 선수가 풀럼 전에서 9점을 받은 적이 있었죠). 예전엔 베컴.긱스.반 니스텔로이.루니 등이 10점 만점에 도장을 찍었다네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 후에는 항상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의 평점이 관심이 되죠. 평점을 매긴 역사가 25년이나 돼요. 10여 년 동안 한 명의 기자가 맨U 경기 평점을 매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 기자는 "전적으로 내 개인 의견일 뿐이다. 솔직히 11명 점수 매기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선수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제법 있다. 사실 선수가 감독 지시를 받고 센터서클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게을러서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어쨌든 개인적 친분 관계를 떠나 평점을 매길 때만큼은 냉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누군가를 숫자로 평가한다는 것,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언론의 평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독자 여러분이 직접 평점을 매겨 보시는 건 어떨지요.

<영국 러프버러에서>

K - 리그도 내년부터 평점제 도입

국내 프로축구에도 평점 제도가 도입된다. 김원동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14일 "K-리그 경기를 대상으로 선수 개개인의 점수를 매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 시행 방안이 나오면 내년 K-리그부터 실시할 수 있다. 기자단 내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신뢰할 만한 기관에 의뢰할 수도 있다. 운영이 잘되면 기자단 투표로 뽑던 MVP와 신인왕도 이 평점 결과로 선정하겠다는 게 연맹의 입장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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