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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금리 못 던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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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출 초기 몇 달간 이자를 면제하거나 할인해 주는 이른바 '미끼금리'가 사라진다.

14일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일부 외국계 은행 등에 미끼금리를 이용한 대출 마케팅을 사실상 중단하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금감원은 이 공문에서 ▶첫 달 이자 면제 ▶집단대출 할인 ▶타은행 대출 상환용 할인 등이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미끼금리라고 규정하고 이를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5월 '은행 주택담보대출 과열 억제 방안'을 통해 은행 간 대출경쟁을 부추기는 금리조건 제시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일정 기간 이자를 면제하는 방식의 대출경쟁은 대부분 사라졌으나 최근 다시 변칙적인 마케팅이 등장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힘에 따라 다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실제 SC제일은행의 경우 스탠다드 차타드은행과 제일은행의 통합 기념으로 9월부터 12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의 첫 달 이자를 면제하는 마케팅을 전국 지점에서 벌이고 있다. 이 은행은 금감원의 지시에 따라 첫 달 이자 면제 행사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약정돼 있는 주택담보대출 건에 대해서는 첫 달 이자 면제를 시행하지만 금감원의 지도에 따라 향후 약정분부터는 이 같은 혜택을 중단하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이미 첫 달 이자를 면제한다는 안내장이 배포된 상태여서 지금 중단하면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변동금리 대출 때 이자 면제나 할인을 받아도 일정 기간 뒤 금리를 올리면 만기 때 이자 부담은 결국 같아져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타은행 대출 등 특정 용도의 대출에 대해서만 금리를 깎아주는 것은 불공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씨티은행은 9월 한 달간 '대한민국 씨티은행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이벤트를 개최, 다른 은행 대출 상환 용도로 신용대출을 받는 고객에게 최대 연 0.5%포인트의 금리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금감원은 또 최근 은행들이 재개발 지역 등의 집단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일정 기간 이자 할인 등의 편법 마케팅을 재개하고 있다고 보고 해당 은행들에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일부 고객에게만 적용되는 미끼금리로 소비자를 현혹하기보다는 금리를 균등하게 내리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시장 질서에 맞다"고 밝혔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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