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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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항생제의 남·오용으로 인한 피해가 지적된지는 오래 된다. 그런데도 항생제를 함부로 쓰거나 과다하게 쓰는 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감기를 앓거나 작은 상처만 나도 환자들은 항생제를 구해 먹고 의사들은 의사들대로 「명의」란 소리를 들으려는 때문인지 강한 약물을 조제하기 일쑤다.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플레밍」이 페니실린을 개발한 이래 항생제가 인류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끼친 공적은 말할수 없이 크다.
그러나 약은 원칙적으로 독이며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유효성과 위험성을 함께 지닌 물질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항생제의 부작용은 약에 따라 다르긴하지만 신경장애, 혈액장애, 소화기장애를 일으키고 신장및 간독성의 원인이 되며 때로는 과민반응으로 인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결국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손해는 환자들이 본다. 무엇보다 병균의 내생증가로 중병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투여해도 효험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현대의학의 발달과 함께 항생제도 새로운것이 자꾸 개발되고 있지만 아무리 새 약이 나와도 약의 남용으로균의 내성이 강해지면 결정적일 때 약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항생제의 항균력 감소가 세계적 추세라고해도 우리나라처럼 그 속도가빠른 나라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에선 오래 전에 쓸모 없는것이 되어버린 항생제가 미국에서는 아직도 효과가 큰 약제로 쓰이고 있다는것은 그만큼 항생제의 남·오용이 심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항생제 남용의 가장 큰 원인은 약에대한 맹신에다 누구나 손쉽게 약방에서 항생제를 구입할수 있는데 있다. 게다가 항생제의 부작용을 누구보다잘 아는 의사들조차 범원수가를 올리기 위해 또는 빨리 낫기를 원하는 환자들의 심리에 영합하기 위해 항생제 투여를 함부로 하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의사나 병원에서 의료수가를 올리기 위해 값싼 항생제로 나을 질병에 값비싼 항생제를 쓰는것은 의료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이다.
약의 남·오용에 대한 책임은 『임반대중보다는 과학의 허울을 쓴 선전공세에 말려든 의료인의 과신이나 맹신에 있다』고 한 어느 전문가의 지적은 그런 곳에서 음미 해볼만하다.
최근들어 서울대학부속병원등 의료계 일부에서 항생제 사용을 자제하기로 한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더우기 범·의원에서 처방하고 있는항생제의 【군사늘 대폭 줄여도 같은 치료효과를 기대할수 있다는 실험결과는 적무적이다.
서울대학병원이 지난6월부터 기본진료약품인 항생제1차약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항생제2차약은 긴급한경우, 이의에는 소속과 교수의 확인을거쳐 사용토록한 경과 그런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약남용의 원인은 단순하지가않다. 의료전달 체제나 수가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의료인들이 국민보건을 책임지고 있다는 각성이다. 그런 인식에 투철하다면 단순히 범위의 수지타산을 위해 값도비싼 고단위 항생제를 함부로 쓰지는않을 것이다.
병이란 약을 쓰지 않고 고칠수록 좋은 것이다. 서울대학병원의 항생제실험처방 결과를 토대로 약제품 남용에대한 보다 본질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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