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키트'로 30년간 베일에 쌓였던 성폭행 사건 드러나

중앙일보

입력

최장 30년 동안 보관된 6663건의 ‘성폭력 증거 채취 응급 키트(rape kit)’를 분석한 결과 범죄 용의자 DNA와 850건이 일치했다고 미국 허핑턴포스트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텍사스주 휴스턴 보건당국은 23일 2013년부터 600만 달러(약 6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완료한 성폭력 키트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당국은 분석 결과를 전국 범죄 용의자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연방수사국(FBI)에 전달했다. 수사당국은 이를 기반으로 성폭행 용의자 29명을 우선 기소해 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 성폭력 혐의자는 45년형을 받았다.

이런 성과를 거두면서 보건당국이 분석을 서둘렀더라면 상당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다른 도시들 역시 성폭력 키트 분석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키트 하나 당 500~1000달러에 이르는 비용 때문에 분석이 지체돼 왔다.
테네시주 멤피스에는 1만2000개 이상의 성폭력 키트가 창고에 쌓여 있고 디트로이트에서는 검사들이 2009년 폐창고에 방치된 1만1000건의 키트를 회수한 바 있다. 클리블랜드시에서는 4700개의 키트를 분석 중이다. 애니스 파커 휴스턴 시장은 “이는 휴스턴과 텍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 년간 적체되어 온 전국적인 이슈”라고 말했다.

‘성폭력 응급 키트’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체에 남은 가해자의 정액·타액·머리카락과 같은 증거를 채취할 수 있는 물품과 진료 기록 등을 담은 상자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개발돼 보급됐으며 지난해 10월 보다 정확한 증거 채취를 위해 구성물품을 47개에서 88개로 확대했다.

신경진 기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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