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이승만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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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월22일 금요일.
상오 10시30분에 대통령은 춘천전선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대통령은 「워커」장군의 2인승 비행기로 갔습니다.
「린치」대위가 조종했습니다.
춘천사람들은 대통령이 올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 놀라며 반가와 했답니다.

<차라리 건빵이라도>
도지사는 회의 중에 있었는데 대통령 뵈러 즉시 왔었답니다.
대통령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국군 장교들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산 위와 들판에 있는 장병들은 밥을 지게로 운반해 먹고있는데 밥이 도착하게 될 때에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전투용 식료품을 줄 수 없으니 문제입니다. 차라리 건빵 같은 것이 꽁꽁 얼어버린 찬밥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미군 당국에 그들의 레이션(비상용 군대식품)을 보급해 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는데 한국군을 위한 보급량이 없답니다. 그들의 레이션은 그대로 불에 데워먹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우리 군인들에게 레이션을 보급하지 못하는 실정을 무척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조속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 혹독한 전선의 추위 속에서 언 밥을 먹고 있을 우리 애들을 상상해 보십시오. 미군들처럼 따뜻한 군복도 보급 받지 못한 채 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우리 장병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춘천에서 대통령은 원주로 비행하여 미국 군사고문관들과 유창군의 사령부를 시찰했습니다.
대통령은 하오 4시에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5시30분에야 도착을 하게되어 우리는 무척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요즈음의 전선시찰은 참으로 많은 적군의 출몰로 인해 아주 위험하기 그지없습니다.
대통령은 늘 우리 장병들을 찾아가서 격려하기를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장병들의 사기를 드높이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습니다.
신국방장관은 매일 아침시간에 보고를 하는데 오늘 와서 말하기를 춘천전선의 병력이 매우 미약하다고 합니다.
동부전선에는 훈련을 제대로 못 받은 채 투입된 2개의 사단만이 지금 배치되어 있는데 병력이 대단히 약하답니다.
김백일장군이 지금 강릉에 주둔하고 있는데 그것 자체는 좋으나 그의 병력은 춘천까지 미치지를 못한답니다. 지금 동부전선에는 넓은 공백이 있는데 조만간에 적군은 그것을 탐지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그곳에 병력을 집중해서 돌파하려고 할 가능성이 많답니다.

<동부지역 공백상태>
2주일이상이나 신국방장관은 「워커」장군에게 미군부대가 그 공백을 보강해 줄 것을 요청했답니다.
미군부대만이 중화기나 전차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한국사단들은 18개의 중화기밖에 없고 탱크를 가지고있지 못합니다. 미군사단들은 72개의 중화기와 탱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12월22일.>
친애하는 「올리버」박사내외분께.
11월29일, 12월3일, 6일, 13일과 14일의 편지를 고맙게 받았습니다.
파우치가 워낙 늦게 도착한 까닭에 두 분의 편지를 모두 엊그저께야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의 일기에 대해 다시 말씀드린다면 그 중의 어떤 부분이라도 저의 이름과 관련시켜 쓰시는 것을 저는 원치 않습니다.
그냥 한국전쟁을 겪고있는 어떤 사람의 얘기라고 해서 쓰는 것은 좋습니다.
나는 가능한한 사실을 기록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최근에 또 몇장의 일기를 보냈습니다.
「올리버」박사께서 우리 한국을 위해 그토록 많은 말씀을 해주실 수 있었다는데 대해 저희들은 대단히 감사하며 기쁘게 생각하고 었습니다.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항상 큰 도움이 되지요.
두 분께서 유익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휴식을 취하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앞길에는 더욱 힘들고 험난한 일들이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보다 강한 의지와 힘이 필요합니다.

<해외홍보 힘 못 미쳐>
「뮬랜」씨에 대한 말씀인데요. 우리는 해외홍보를 담당할 사람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공보처장직을 맡았던 김활난박사가 사임을 했습니다.
적임자가 없어서 대통령은 공보처장직을 다시 이철원씨에게 맡겼습니다.
전쟁만 터지지 않았더라면 이철원씨는 그런 대로 잘해냈을 터인데 워낙 그는 이번에 좌절감을 느껴서 그렇지 않아도 침울하고 비관적인 서울주재 신문기자들의 사기를 북돋워주지 못하고 있답니다.
한편 외신기자들은 8군이 무료로 제공해준 내자호텔에서 우두커니 앉아있으며 자기본사에 무엇을 써보낼까 궁리를 하고 있답니다.
군당국은 그들이 하두 여러번 군기밀이 새나가도록 보안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그들에게 뉴스를 주지 않고 있답니다.
민간인이건 누구건 무슨 얘기를 해주기가 무섭게 외신기자들은 받아쓰지요. 특히 경솔한 신문기자들일수록 그런 얘기를 잘 듣고 함부로 글을 쓰곤 하지요. 물론 그 외신기자들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참 딱하지요.
이 추운 나라에서 갈곳도 없고 그저 들어앉아서 나쁜 소식이건 좋은 소식이건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야 하니까요.
매일매일 그런 생활이 되풀이 되고있으니 무슨 좋은 결과가 있겠습니까? 연합군사령부(SCAP)는 그들이 한국에 오는 것을 막지는 않지만 그들을 지치게 하려고 은근히 골탕을 먹이고 있지요.

<외신기자 골탕먹여>
이런 형편에서 이철원공보처장은 이들 「뉴스 사냥개」들의 적수노릇을 해야하니 딱합니다.
바로 그저께 「무초」대사가 우리에게 말하기를 「존스턴」기자는 한국에 대해 퍽 우호적이었는데 이젠 정반대로 달라졌답니다. 그는 어찌나 겁을 먹고 비관적인지 사물을 올바로 보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잃었답니다.
그는 퍽 배경이 좋은 기자인데 형편이 불리해지자 아군에게도 해로운 존재로 변해 버렸답니다.
대구에서 이런 불상사가 있었기때문에 군당국은「존스턴ㄴ기자의 입국을 거부해버렸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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