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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찾기」종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국민은 지난 4개월여동안 눈물겨운 인간드라머를 보았다. 그것은 우리 역사속의 비정과 통한의 비련을 오늘에 재현시키며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안간힘이요 몸부림의 하나였다. 그리고 그 드라머는 30여년동안 맺혀 있던 응어리를 풀고 치우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냈다.
KBS-TV의 특별생방송「이산가족을 찾습니다」얘기다. 지난 6월30일 6·25동란 33주년을 맞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당초 단시간에 끝내기로했던 단순한 특집 방송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은 30여년동안 국민 가슴 속에 억눌리고 쌓였던 이산의 한과 슬픔의 응어리에 불을 붙여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무려 1백36일동안 4백54시간이란 사상 최장의 기록을 세우고 1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것이다.
그동안 이 프로에는 10만여명이 잃어버린 가족·친척을 찾겠다고 신청을 해왔다. 이 가운데 5만3천5백여명의 사연이 방송됐고 그중 약2O%인 1만1백89명이 꿈에도 못잊던 가족·친척과 해후의 감격을 나누었다.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도 위성중계를 통해 연결이 됐다. 심지어는 중공땅에 갇혀 사는 동포들의 혈육을 찾는 울부짖음까지도 전했다.
이 프로가 계속되는 동안 헤어져 30여년동안 못만난 핏줄을 찾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눈빛과 한숨, 애타는 호소를 TV화면을 통해 보는 국민들도 함께 애를 태우고 한숨을 토해냈다. 재회의 감격으로 흐느끼고 통곡하는 장면에서는 당사자나 진배없이 함께 울고 함께 기뻐했다. 그것은 한치의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공감이었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과 교훈을 주었다. 그것은 우리민족이 삶과 죽음, 고난과 기쁨을 함께 나눴고 앞으로도 이를 함께 할 공동 운명체라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다.
핏줄의 소중함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헤어진지 3O년이 넘도록 잊혀지지 않고 잊을수 없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의 재확신이다.
핵가족이다, 산아제한이다 해서 부모와 자식이 흩어지구 가족과 친척끼리의 관계가 소원해진 이세태의 각박함에 하나의 경종을 물리고 경고를 한 것이다.
가정의 불화가 한낱 안역한 감정의 작희와 이기심의 발로에 지나지 않으며 핏줄이란 결코 인위적으로 끊을수없고 끊어지지도 않는 단단한연결이란 점이다. 나아가서는 민족이라는것이 갈라질수 없는 것이며 그래서도 안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되고 재통일에의 염원도 재차 다짐하게 되는 논리를 확인할수 있다.
「이산가족찾기」TV생방송은 일단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앞서 숫자로도 나타나 있듯이 가족을 찾은 경우는 겨우 1만여건에 불과하다. 이것도 남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한정된 경우다. 남북으로 갈라져있는 가족의 수는 대충 1천만에이른다는 추산이고 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KBS측이『이산가족 찾기 TV방송은 막을내리지만 이산의 아픔을 줄이려는 노력은 통일의 그날까지 영원히 계속될것』이라고 밝힌데에 공감한다. 라디오방송을 통한 재회작업이 계속될것이라고 한다.
또 이미 작성된 명단책자와 컴퓨터를 통한 이산가족찾기는 더욱 활성화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이 아무리 적극적으로 추진돼도 남한땅에 국한된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당국에 호소와 촉구의 화살을 보낼수 밖에 없다. 아웅산묘소 암살폭발사건 같은 동족살상만행에만 열중하지 말고 한 민족으로서의 대화와 평화적인 통일의 길로 나오라는 것이다.
그 첫단계로서 이산가족의 안부를 확인해주고 그들이 서로 만날수 있도록 주선해 주는데 성의를 보이는것은 사상이나 이념과 전혀 무관한 인도주의적인 일이다. 그래서 30여년동안 안타깝게 그리워하는 핏줄끼리의 상봉을 성사시키는 극히 초보적인 단계에서부터 통일의 길을 모색하는데 동참하도록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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