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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테러 조직 "세계의 쇼핑몰을 테러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소말리아의 테러단체 알샤바브가 미국ㆍ영국ㆍ프랑스·캐나다 등 서방 국가에서 ‘쇼핑몰 테러’를 하겠다고 위협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샤바브는 2013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쇼핑몰을 점거해 60여명을 살해했던 집단이라 미국 등에서 쇼핑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 언론과 테러 집단 모니터 단체인 사이트 등에 따르면 알샤바브는 복면을 쓰고 얼굴을 가린 조직원을 등장시켜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이 미국과 유대인 쇼핑센터를 상대로 무엇을 할지를 상상해 보라”며 “웨스트게이트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웨스트게이트는 2013년 9월 알샤바브가 난입해 살상극을 벌였던 나이로비의 쇼핑몰이다. 당시 한국인 여성 1명 등 67명이 숨졌다.

알샤바브의 동영상은 미국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의 몰 오브 아메리카, 영국 런던의 옥스퍼드 상점가, 캐나다의 웨스트 에드먼턴몰, 프랑스의 포름데알 등 각국의 대형 쇼핑몰과 유명 상가를 거론해 테러 위협을 구체화했다. 상점 500여곳이 입주한 몰 오브 아메리카는 한해 4000만명이 찾는 미국 내 최대 쇼핑몰 중 하나다. 방문객의 40%가 관광객으로, 이곳 웹사이트는 중국어ㆍ일본어로 별도 안내까지 하고 있다. 캐나다의 웨스트 에드먼턴몰은 북미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 정부는 국민들에게 쇼핑을 피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백악관은 테러 방지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몰 오브 아메리카에 가려는 이들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존슨 장관은 “경비가 강화돼 있겠지만 사람들의 주의도 필요하며 솔직히 말해 이게 우리가 처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몰 오브 아메리카 측도 “경비를 추가로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몰 오브 아메리카 등을 겨냥한 신빙성 있는 테러 음모가 파악된 바 없다고 밝혀 쇼핑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영국ㆍ캐나다 경찰 등은 영상 내용에 대한 관련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간 알샤바브는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에 이어 지난해 11월 케냐 북부에서 버스를 탈취해 승객 23명을 살해하는 등 주로 동부 아프리카에서 테러를 자행해 왔다. 이 때문에 알카에다 계열인 알샤바브가 서방 쇼핑 테러를 위협한 데 대해 BBC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가 경쟁적으로 테러 협박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는 “미네소타주의 미네아폴리스는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많아 알샤바브의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사법 당국의 우려를 전했다.

알샤바브의 협박은 미국 국내 정치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국토안보부 예산안에 포함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 개혁안을 놓고 이를 무산시키려는 공화당과 살리려는 민주당이 충돌하며 예산안 통과 시한인 이달 말까지 처리가 안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테러 방지 주무 부처인 국토안보부는 셧다운(업무중지)이 불가피하다. 존슨 장관은 쇼핑몰 테러 위협과 관련 “국토안보부 예산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공화당에 예산 처리를 요구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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