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는 365일 '섹시열풍'…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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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가 섹시 가수들로 연중 뜨겁다. 예전에는 여름 한철 장사였던 섹시 코드 가수들이 요즘에는 일년 내내 등장한다. 올 겨울에만 이효리를 필두로 채연, 미쓰리 등 섹시를 컨셉트로 잡은 가수들이 줄줄이 뒤를 잇는다. '여름-섹시, 가을-발라드'로 통하던 가요계의 흥행 공식은 이제 더 이상 효용이 없는 듯. 과연 섹시 가수들이 일년 내내 등장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이효리 열풍이 섹시 컨셉트 진원지

2003년 여름, 이효리가 섹시를 컨셉트로 한 솔로 1집을 발표하자 대한민국이 온통 떠들썩했다. 비록 앨범 판매는 화제에 비해 17여만장에 그쳤지만 이효리 열풍은 여름을 지나 가을을 거쳐 겨울까지 내내 이어졌다. 이 해에는 이효리 뿐만 아니라 채연 유니 등 섹시를 컨셉트로 한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가요계를 '섹시 천하'로 만들었다. 이후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섹시 컨셉트가 시장에서 먹힌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음반 시장이 호황일 때는 섹시 가수들의 앨범이 기껏해야 10~20만장 정도 팔렸기 때문에 굳이 섹시 컨셉트에 주목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음반 시장 불황이 계속되면서 '섹시'를 주무기로 할 경우 각종 행사 등을 통해 부가수익이 창출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여기에 예전처럼 섹시함을 천박함으로 보지 않고 멋있다고 인식하게 된 사회 분위기도 한 몫했다.

#매체 다변화 및 여가수 생존전략

섹시 컨셉트를 주무기로 한 가수들이 주로 여름에 등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방송사에서도 대개 여름에 야외 무대를 통해 이들의 공연을 소개했다.

하지만 매체가 다변화되면서 굳이 지상파 방송사에만 목을 멜 필요가 없어졌다. 쥬얼리 소속사 스타제국의 한 관계자는 "음악 전문 케이블이 많아지면서 섹시 컨셉트로 무장한 가수들이 연중 내내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음반 시장 불황에 따른 여가수들의 생존 전략이 겹쳐졌다. 동방신기나 신화 같은 아이들(idol) 그룹은 소녀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불황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여성 가수들은 가창력을 내세운 몇몇을 제외하고는 활로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섹시를 주요 컨셉트로 잡으면서 모바일 화보 등 다양한 수익구조를 찾아냈다. 이효리를 비롯해 채연 유니 등이 모바일 화보를 선보인 것은 이런 맥락이다. 또한 섹시 컨셉트는 대중의 이목을 순식간에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이비의 경우 발라드 곡으로 타이틀곡을 결정하려다 신인이기에 확실하게 주목을 받아야한다는 소속사의 결정에 따라 박진영이 프로듀싱한 '오늘밤 일'을 타이틀로 결정했다.

#섹시도 다같은 섹시가 아니다

벗기만 한다고 다같은 섹시가 아니다. 섹시 가수들이 범람하면서 가요 관계자들은 여타의 섹시 가수들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한창 노력 중이다. 최근 솔로 정규앨범을 발표한 빈의 경우 섹시함에 터프함을 접목했다.

"강한 이미지에 은근하게 섹시가 뭍여나도록 노력했다"는 빈은 이를 위해 노래와 함께 안무, 의상 컨셉트를 소속사와 상의해 통일성을 이뤘다. 미나는 밸리댄스로 차별화를 이뤘다. 그는 터키에서 밸리댄스를 배웠으며, 무대에서 밸리 댄스 전문가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올 겨울 2집 앨범을 발표하는 이효리는 '팝 스타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비욘세를 비롯해 이효리가 좋아하는 팝 뮤지션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아 '제 2의 효리 열풍'을 기획하고 있다. 12월 새 앨범을 발표하는 채연은 펑키 스타일로 섹시함을 과시할 예정이다.

채연 소속사는 "계속 섹시함만을 추구할 경우 지겹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나는 펑키 리듬에 자연스럽게 섹시가 묻어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뉴스=전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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