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혼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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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치원에 다니는 큰아이롤 아침부터 호되게 야단을 쳐 보내고나서 계속마음이 아프다. 항상 침착하지 못하고 자기자신의 물건을 챙기지못해 속상해오던 터에 얼마전에는 멜러디혼을 유치원에 두고왔다고 빈손으로 들어선다. 유치원에 있는 것이 어디 가랴만, 집에서 조금익히고 가면 배우기가 쉬울것 같아 아이한테 그 다음날 꼭 가져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그이튿날도, 또 다음날도 아이는 빈손으로 들어선다. 이유를 물었더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짧은 대답을 한다.
순간 매를 들었다. 아이는 매를 맞으며 울지도 않고 엄마를 올려다본다. 섬뜩함을 느끼며 손에 힘이 없어지는 동시에 회초리는 펼어지고 말았다. 이 아이가 반항을하고 있는 것일까. 일순간 그런 생각과 함께 엄마도 잘 잊어버리면서 나한테만 추궁을 하느냐고 하는것 같은 그애의 눈빛을 보며 난 당황하고 어이가 없어 한동안 얼이빠져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신이 없고 더군다나 작년 겨울에 폐렴으로 병고를 치른 후엔 더욱 건망증이 심하다. 한가지 물건을 찾으려면 크지도 않은 온방과 다락을 뒤지며 법석을 떤 후에 의외로쉬운 곳에서 찾아내곤 하는것을 큰아이가 보고 『엄마는 머리가 나빠졌나봐』하며 놀려대곤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되도록 매를 들지말고 잘못을 타이르는 방향으로 하리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오늘아침에 또잊고 호되게 야단을 치고 서너대 종아리를 때린후 눈물이 글썽거리는 아이를 유치원버스에 태웠다. 차창 밖으로 보이던 큰아이의 눈에 아롱거리는 이슬방울이 또 마음을 아프게 한다. 혹시 다른 원아들 앞에서 울지나 않았을는지. 순간의 감정을 억재하지못하는 내가 무슨 자격으로 아이의 잘못만을 나무랄수 있겠는가. 아이가 오면 따뜻하게 마음을 풀어주고 좋아하는 간식도 마련해 주어야지. 그리고 매사에 자신을 갖도록 칭찬을 해주어야겠다.

<강경애 경기도의정부시가릉1동151의5 4통3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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