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APEC] 한국에게 APEC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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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제1차 정상회의가 열리는 벡스코(BEXCO.부산전시컨벤션센터)를 하늘에서 바라봤다. 1차 정상회의뿐 아니라 합동 각료회의와 고위 관료회의 등이 열리는 ‘2005 APEC 정상회의’의 본부다. 게임.문화 콘텐트 전시회와 전통음식 시연회 등도 이곳에서 한다. 부산=송봉근 기자

한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태동 때부터 아태 지역의 경제협력 노력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 바탕에는 한국이 자임한 가교 역할, 즉 선진국으로 가는 중진국으로서 역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이해를 조정하는 역할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 APEC의 출범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1989년 APEC을 만들고 출범시키는 일부터 호주와 함께 주도했다. APEC의 기본 골격과 이념을 세우는 데도 크게 기여해, 초창기인 91년 제3차 각료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할 수 있었다. 또 APEC의 헌장 격인 '서울 선언'을 마련해 목표 정립에 한몫 했다. 중국.대만. 홍콩의 가입을 성사시킨 주역도 한국이다. 그러나 APEC 활동의 양대 축 가운데, 경제협력 분야에는 기여가 컸지만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에는 세계 11위 무역국으로서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이 APEC을 통해 얻은 것은 한국이 기여한 것보다 더 많다. 한국이 APEC 외교에서 얻고자 하는 바는 ①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큰 시장을 확보하고, ②회원국과 긴밀한 경제협력관계를 유지.발전시키며, ③무역과 투자의 자유화와 경제.기술 협력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아가 ④정상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도움을 받자는 것 등이다. APEC은 기본적으로 경제협력체다. 그래서 회원국이 경제협력을 통해 다같이 번영하자는 것이 기본이다. 이 지역과의 무역이 한국 전체 무역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APEC은 안정적 시장 확보에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다자간 무역체제가 불안해지고 지역무역협정이 확산하면서 세계경제 환경이 불안해질수록 한국에 대한 APEC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APEC은 한국의 시장다변화에도 도움이 되어 왔다. 미국.일본 등의 주요 교역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동아시아 국가와 교역을 넓힐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APEC 창설 이후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의 교역량은 급증했다. 한국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2003년 중국의 경우 0.7%에서 18.1%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경우 6.4%에서 10.2%로 각각 높아졌다.

APEC은 한반도 주변 4개국을 포함하는 정상회의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안보와 관련해 중요한 포럼이다. 특히 북핵 관련 6자 회담국 중 북한을 제외한 한국.미국.일본. 러시아.중국의 정상이 APEC 정상회의에 모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 과정에 대한 지원을 확보하는 데 이번 APEC 정상회의가 밑거름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는 얘기다.

APEC은 또한 21개 회원국의 정상들에게 주요 상대국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활용해, 한국은 올해 부산에서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APEC이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경제.기술 협력을 위한 재원 마련에 선진국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개도국의 불만을 해소하는 데 한국의 역할이 기대된다. APEC의 다양한 사업들이 일회성.전시성을 띠고 있다는 비판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부산 정상회의는 APEC이 어떤 존재로 남게 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다. 보고르 목표에 대한 중간점검과 실천방안, APEC 개혁을 위한 심도 있는 토의, 반테러 협력의 실천방안 모색 등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APEC 무용론은 사라질 것이다.

노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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