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참패는 자중지란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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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승리의 여신」은 일찍부터 해태에 우승의 미소를 보냈는지 모른다. 때맞추어 거포 타선이 터졌고 기동력마저 MBC를 압도했다. 여기에 잇단 행운이 유독 해태에만 자주 찾아 들었다.
발이 빠르고 재치 있는 김일권·서정환·차영화에게 선제득점의 찬스가 주어졌고 빗맞은 타구마저 타점으로 이어지는 거듭된 행운의 연속이었다.
해태는 3자전을 통해 첫 안타를 날린 선수가 모두 홈을 밟았다. 또 선제득점으로 해태가 초반에 기선을 잡으면 MBC는 뒤늦은 추격을 펴 3차전 모두가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1차전에서 1회말 1번 김일권이 첫 안타를 치고 나가 홈을 밟았고 2차전에서도 3회초 첫 안타를 기록한 서정환이 역시 선제점을 올렸다. 3차전 역시 1회말 1번 김일권이 첫 안타로 돌파구를 열고 홈 플레이트을 밟았다. 김일권이나 서정환은 발이 빠르고 재치가 뛰어난 야무진 선수들.
이들이 돌파구를 연 것이 MBC에게는 수비하기 거북한 상대였고 따라서 해태쪽으로는 큰 행운이 되었다.
3차전인 7회말 4-3으로 1점차의 불안한 선두를 지키던 해태는 1사 l-3루에서 4번 지명타자 김봉연의 빗맞은 어설픈 타구가 힘없이 투수쪽으로 굴러가는 바람에 타점이 되어 MBC추격에 맥이 끊겼다.
이와 같은 묘한 경우는 1차전에서도 자주 있었다. 1회말 2점을 선제한 해태는 1사 2-3루에서 6번 김무종의 병살타코스의 타구가 타점으로 연결된 것. 투수 왼쪽으로 굴러간 이 타구는 김의 배트가 부러지는 바탕에 속도가 줄어져 병살타가 되지 않고 어설프게 굴러가 타점으로까지 이어졌던 것.
이와는 대조적으로 MBC는 김동엽 감독이 투수교체시기를 놓쳐 패배를 자초했고 실책마저 실점으로 연결되는 등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1차전의 1회말에 결정적인 펌블을한 MBC 3루수 이광은은 2차전에서도 또다시 실책을 범해 아예 주눅이 들어버렸다.「핫코너」의 주인공인 3루수 이광은의 수비위축은 반대로 해태타선에게는 불을 당기게 했다.
MBC는 3차전의 5-3으로 뒤지던 8·9회에 각각 3루타가 터졌으나 2사후여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차전에서 투수교체시기를 놓친데 이어 3차전 역시 마찬가지.
김동엽감독은 2회까지 1-0으로 뒤지면서 선발 이광권이 3회말에 연속 2안타를 맞고 난 후에 하기룡을 구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하는 해태 4번 지명타자 김봉연에게 초구서 뼈아픈 3점 홈런으로 내주고 말았다. 비록 결과론이지만 투수교체가 또다시 한발 늦은 것이다.
3차전을 통해 해태는 장타력이 제위력을 발휘했고 여기에 기동력마저 상대수비에 연승, 기민한 플레이를 엮어내 3연승을 올렸다.
그러나 MBC는 자랑하던 기동력·수비력마저 구멍이 뚫려 허무한 3연패의 치욕을 당했다.
한마디로 MBC는 작전과 타력, 그리고 기동력·수비력에서 모두 졌다.
MBC의 플레이가 풀리지 않고 작전이 계속 빗나가고 있는 것은 사령탑의 동요가 있거나 선수들과의 틈이 벌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MBC는 결국 후기 우승의 기세를 살리기는 커녕 오히려 자중지란으로 정작 중요한 코리언시리즈서 경기를 포기하는 무기력한 인상마저 주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있다. <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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