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전문 경영인-현대그룹(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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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는 최고경영자를 움직일때 실적보다는 능력과 성실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정주영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자의 평가기준은 역시 「매출과 이익」이 우선』이라는 말을 했다한다.

<평가는 「실적」우선>
정회장은 『한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일을 많이 맡아 매상을 올리고 이익도 남겨야할 책임이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작년말 이후 일고있는 건설의 부황은 인사바람을 몰고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볼수있다.
비록 건설의 부황이 역오일쇼크에 따른 구조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또 건설상무로 있다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던 정회장의 5남 몽헌씨(35)가 올6월 귀국하면서 건설중용설이 유력하게(?) 나돌고있다.
이밖에도 건설 이명박사장 주변 사람들에 대한 세이 한때 꼬리를 물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올6월1일자로 기구를 사업본부제 (18개 사업본부및 2개 실)로 바꾸고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는등 대폭적인 수술을 단행했다.
최근 정주영회장은 건설간부들에게 『중역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중동등 현장에 가서 산다는 정신으로 뛰라』고 현장주의를 강조하고 있다한다.
건설의 한 본부장 (대부분 부사장이며 일부는 전무)은 『정회장의 의도는 본부장을 포함한 중역들이 1년에 반 정도는 해외 건설현장에 가서 일거리를 따내고 계류된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오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명박체제는 계속>
정회장은 공식적으로는 『이미 사업본부제로 기구를 대폭 개편했으며 모두들 열심히 하고있다. 현대는 최고경영자들을 자주 교체하지 않는다』고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인사이동설을 부인했다.
정회장의 축근들도 현대건설은 이명박사장체체가 적어도 당분간은 계속되리라고 단정한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간척사업·공유수면매립등 국내쪽에 상대적으로 지중할 방침이라한다. 그러나 최근 현대그룹에서는 정회장 2세들이 조용하게, 그러면서도 확고히 부상·포진하고있다.
현재 현대그룹 경영에 참여하고있는 정회장의 2세들은 ▲2남 몽구씨 (현대자동차서비스·현대정공·현대강관등 3사 사장겸임) ▲3남 몽근씨(금강개발사장) ▲4남 몽우씨 (한국포장건설사장) ▲5남 몽헌씨 (현대상선사장) ▲6남 몽준씨 (현대중공업사장)등 5명이다.
그중에서도 2남·5남·6남이 세기둥을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않을까 전망되고 있다.
장차 현대는 3개 그룹으로 크게 나누어져 각기 하나씩 맡을 것이라는 추측이 재계에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정주영회장은 현대건설 창립 35주년을 맞았던 작년 5월,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대폭적인 사장단인사를 발표하는 한편 정회장 자신의 집안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당시 정회장은 6남 몽준씨를 현대중공업상무에서 사장으로 부상시키면서 『정몽필사장(정회장장남) 타계후에 많은 반성을 했다. 어떻게보면 파격적이지만 나자신 내일모레가 일흔인데 내가 지도능력이 있을 때. 또 이춘림회장같은 좋은 분이있을때 키우면 충분히 감당할 수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족회의를 거쳐 결정한 일이니 잘 보필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했다. 그리고 정회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정몽준사장을 도와주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했다한다.

<현재 2세 5명 참여>
정회장은 당시 「집안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대기업의 자녀들이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켜왔던 것을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형제나 자녀들을 지나치게 억압해 왔다. 그들이이 기업안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사내에서 적격하게 인정을 받지 못하게 하지 않았나하는 감회를 느꼈다. 지나치게 억압하여 사내에서 위축하게 할것도 없고, 지나치게 위해서 외형상으로 우상적인 존대를 받아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것도 없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억압·편애 안한다>
정주영회장은 올해 68세. 아직 정력적으로 현대를 진두지휘하고 있으나 68세라는 나이는 핏줄과 후세에 대한 생각을 하지않을수 없게 하는지 모른다. 몇년전 정회장이 정력적으로 모든 일을 할때만 해도 핏줄에 대해선 대범했다. 오히려 『전문경영인이면 어떠냐』하는 시사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핏줄이야기를 많이 한다.
먼장래의 일은 잘 알수도 없고 또 정회장으로서도 통제불능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바로 다음을 핏줄에게 넘겨주고 싶다는 뜻을 자주 풍기고 있다.
그러면서 정회장은 현대가 3대이후가 되면 그땐 자연히 가족경영체제에서 탈피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라고 담담히 예상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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