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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전 감사원장 수필집 '산민객담' 일어판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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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의 수필집 '산민객담'이 일본어로 번역 출간됐다. 일어판 제목은 '어느 변호사의 유머'(도호 출판). 한 변호사가 일간지와 잡지 등에 기고했던 글을 묶은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 저자의 익살과 기지, 각박한 현실을 낙천적 기질로 헤쳐 나가는 마음의 여유가 전편에 넘쳐난다.

청와대와 감옥을 비유한 대목이 재미있다. 한 변호사는 "청와대 생활은 감옥 생활과 같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푸념을 반박한 예를 들고 있다. 그것도 대통령 면전에서 그랬다는 것이다. "감옥은 들어갈 때는 싫지만 나올 때는 행복하다. 청와대는 그 반대 아니냐." 이쯤되면 근엄한 대통령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겠다.

일어판 출간은 한 변호사의 일본인 지인들이 추진해 이뤄졌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도이 다카코 전 사회당 대표, 다큐멘터리 감독 마에다 겐지(前田憲二) 등 일본인과 김경득(金敬得) 변호사 등 재일동포들이 힘을 모았다. 이를 기념하는 자리가 3일 도쿄 출판회관에서 열렸다. 한 변호사는 "1980년대 재일동포 지문날인 제도 철폐운동,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규명 운동, 반전 평화운동 등에 참가하면서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과 교류를 넓혀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법조인이라고 하면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갖기 십상이죠. 하지만 나는 군사정권 시절 감옥살이를 할 때에도 감방 안에서 사람들을 웃겼습니다. 각박한 세상일지라도 좀 더 여유를 갖고 관용을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생활 신조 때문이죠. 보잘것 없는 책이지만 사람들의 심성을 좀 더 부드럽게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을 소개하는 한 변호사의 표정에 웃음이 넘쳐 흘렀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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