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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수석한 60대 … 배재대 만학도 신근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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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이 넘은 만학도, 학과 수석 졸업. 12일 대전 배재대 학위수여식에서 예술학사 학위를 받은 신근식(63)씨 얘기다. 남들도 다 받는 대학졸업장이지만 그에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가장 큰 선물이었다.

197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6형제 중 둘째였지만 동생 4명의 뒷바라지는 그의 몫이었다. 직장생활, 자영업으로 돈을 벌어 동생과 자녀를 모두 대학까지 가르쳤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았다. 더 늦으면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한 그는 2011년 특별전형으로 대덕대학에 입학했다. 그의 꿈은 사진작가였다. 10대 때 여행가였던 김찬삼 교수의 여행기를 보고 사진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중고 사진기를 들고다니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2013년엔 배재대 사진영상학과로 편입했다.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신씨에게 시간은 늘 부족했다. 하지만 강의가 사업약속, 친구들과의 모임보다 우선순위였다. 신씨의 졸업 동기들은 “강의시간 10분 전에 도착하고 과제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제출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학점은 4.5점 만점에 4.32점(132학점)으로 학과 수석이다. 학위수여식에선 우수한 성적으로 52년생(용띠) 동갑내기 김영호 총장에게 상도 받았다.

신씨는 자식뻘 되는 학생들 사이에선 삼촌, 교수들에겐 형님으로 불렸다. 학생들의 고민해결과 진로상담은 그에게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스튜디오에서 밤늦게까지 과제를 할 때 야식을 담당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를 지도했던 오세철 교수는 “큰형님 뻘이다. 그가 보여준 모범적인 생활은 젊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신씨는 앞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을 계획이다. 졸업작품도 무쇠 가마솥을 만드는 주물공장을 담았다. 지난해 10~11월엔 교수, 동기들과 대전엑스포 현장을 찾아 철거장면을 렌즈에 담기도 했다. 그는 “대학생활 4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1년 안에 개인전을 열고 전문작가의 길을 걷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zino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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