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KN 위성중계 종일방송에 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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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O…9일밤 AFKN의 CNN스포츠뉴스-프로야구인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나, 각지역의 풋볼전적을 소개하는 보도를 보면서 갑자기 미국땅에 앉아있는 기분을 느꼈다.
미국프로스포츠가 우리의 관심사라고는 하지만 정보요구량을 넘는 세밀한 구성에서 마치국내경기를 시청하는 착각을 낳기에 족한 때문이었다.
주한미군방송이 SATNET계획에 따라 뉴스와 정보, 스포츠프로를 인공위성으로 직접 방송하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리고 IN CONCERT''LORETTA LYNN''이란 심야의 와이드프로가 현란스럽게 진행되었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TV문화를 안방에 앉아 손쉽게 접할수있는 현실에 있다. 말하자면 우리의 문이 활짝 열린셈이다. 이같은 현상에 문제는 없는걸까.
일반적으로 후진국에 보내지는 선진국의 메시지는 대개 문화적으로 유해하고 가치관에 반한다는게 UNESCO문서인 「세계정보질서」의 주장이다.
외화가 수입국에 끼칠 영향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한 사람은 「E·가츠」로 『제 3세계의 방송』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여태까지 이런 생각에 따라 우리도 외화의 방송비율이 25%를 넘을수없고 특히 어린이프로인경우 엄격한 수입제한을 하여왔다.
그런가하면 스웨덴같은 선진국도 규제가 엄격하다. 『댈라스』가 국민간에 부도덕과 이기심을 자극한다하여 수입을 중단했고 서독·프랑스TV의 전파침입이 국민의 일체감과 공서양속을 해친다는 염려로 말썽을 빚고 있음은 알려진 일이다.
AFKN이 방영하는 『제너럴 호스피틀』은 유부남과 바람난 유부녀등의 에로틱한 얘기로 미국의 성문화의 기준에는 탓잡을게 없겠으나 우리눈에는 여간 볼상 사나운게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문화가치척도에는 맞지 않다는 말이겠고 우리 풍속감각에 비추어 저속스런 쇼프로가 심야의 AFKN전파을 타고 생각이 얇은 시청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위험이 따른다.
정신적인 자립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유행심리가 강하다고 할때 문화적 하위계층에게 번질 역기능작용이 왜 안크겠는가.
늘어난 정보량도 간단한게 아니다. 그쪽가치기준의 편행공급은 자유롭고 균형잡힌 정보의 흐름이 국제사회정보체계의 이념이라한 UNESCO의 「매스컴선언」에 어긋날 염려도 크지만 예상되는 정보쇼크도 배제할수 없겠기 때문이다.
SATNET계획의 실현으로 이렇다할 제약없이 폭넓은 미국의 TV문화가 쏟아져 들어오게된 현실에서생각한이상 몇가지는 전통적 TV기능론에 따라 이러한 폐단을 걱정해 본 낡은 생각일수있다. 오히려 더중요한것은 오늘의 TV평가상은 개개프로그램이나 내용을 분석해 영향을 살피는 단계를 넘어 TV자체를 하나의 미디어로 보는 환경론이 우세하다.
이를테면 AFKN을 통해 일상적으로 미국문화를 섭취하는 시청자에게 우리문화의 희석작용을 거들어 국적잃은 문화인간으로 바꿔놓을 위험이 TV미디어론의 결론일수 있겠기 때문이다.
신규호(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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