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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서해 뱃길 50여년 만에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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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 사실상 막혔던 한강~서해 뱃길이 50여 년 만에 다시 열린다.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현재 이촌 나루터에 정박해 있는 복원된 거북선을 한강~서해 뱃길을 거쳐 경남 통영시 한산도로 옮길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거북선은 9일 이촌 나루터를 출발해 자체 동력으로 10일 인천항까지 이동한다. 12일 예인선에 끌려 서해를 지나 14일 통영에 도착할 예정이다.

1953년 10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맺어진 협약에 따라 한강~서해 뱃길에서 선박을 운항하려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협약 체결 이후 허가를 받아 운항한 배는 단 한 척도 없었으며 이번 운항이 첫 사례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운항 허가가 필요한 구간은 한강 하류의 오두산 통일전망대 앞에서 강화군 교동도까지다. 그 사이에 군사분계선이 지난다. 이 뱃길은 조선시대 곡물 운송로로 활발히 이용됐으며 19세기 말 중국의 100t급 화물선도 들락거렸다.

권종수 한강시민공원사업소장은 "원래 거북선을 육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한강 뱃길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채택했다"며 "군 당국과 협의해 8월 초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로부터 뱃길 이용에 대한 최종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뱃길 사용은 북측에도 통보가 됐으며 아직까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거북선은 90년 서해장학회 등 단체에서 교육용으로 복원, 건조했다. 길이 34m, 폭 10m, 높이 6.3m로 무게는 약 180t이다. 통영으로 이동한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거둔 한산도 앞바다에 앞으로 3년 동안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사업소 측은 탐사선을 이용해 7일 뱃길을 사전 답사할 예정이다. 뱃길에 수뢰 등 수중파괴 무기가 발견될 경우 거북선의 뱃길 이전 계획은 일단 보류될 수도 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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