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출판 진흥도 위원회가 필요하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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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참석자들은 출판진흥위원회, 즉 출판정책을 총지휘하는 민간 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출판협회.출판인회의 같은 이익집단이 아닌 한국의 지식산업을 이끌어갈 체계적 조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출판산업은 2003년 기준 매출 14조원(참고로 영화는 2조3000억원)으로 문화산업 중 가장 큰 분야다. 하지만 출판산업을 책임지는 법정기구가 없다. 예컨대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조직을 구성, 책과 연관된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둘째, 지금 같은 개별 출판사, 사단법인 차원의 활동으로 이른바 지식사회 기반을 조성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잘 만든 고급 인문서도 권당 1000부를 소화하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를 타개할 보다 전략적.포괄적 기구가 필요하다.

참석자들은 출판위원회 설립을 '출판계의 숙원사업' '한국출판의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했다. 또 출판위원회 신설을 포함한 출판진흥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올 정기국회에 상정하면 연내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 많다. 문화산업의 기초 콘텐트를 생산하는 출판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고급 콘텐트 없이는 '21세기 문화입국'이란 구호도 물거품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이 출판의 활성화를 약속하는 건 아니다. 출판인들이 모델로 삼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충무로의 급성장을 떠받친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도약은 대기업의 풍부한 자본, 영화인의 뛰어난 기획력이 주도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요즘 출판시장의 악재로 꼽히는 인터넷 서점 할인경쟁도 업계가 자초한 부분이 크다.

출판위원회에는 국가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이 작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눈 앞의 문제부터 풀어가는 출판인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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