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거친 입 당내 비판 확산 … 박범계 "품성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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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정청래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켰다. 문재인 대표가 정 최고위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무거웠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시선을 아예 천장에 뒀다.

 정 최고위원은 대뜸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겠다”고 했다. 그러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대통령직은 유효한가. 이 국민의 물음에 답하라”고 했다. ‘국정원 댓글사건’ 2심 판결 이후 그는 연 이틀째 ‘대통령직’을 언급하며 목소리를 키웠다. 전날엔 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유대인의 히틀러 묘소 참배, 한국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 최고위원은 ‘86세대’(19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같은 당 86세대인 박범계 의원은 이날 그의 ‘품성’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트위터에 “문 대표의 이·박 묘소 방문이 우향우의 문제인가”라고 썼다. 이어 “정 최고위원의 내부 ‘방포(放砲)’와 비유는 좌향좌의 증좌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곤 “결국 진심과 품성의 문제다. 성품의 영역을 이념과 노선의 문제로 비약하는 문화가 우리 당에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부영 상임고문도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사이비 개혁파의 해당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 고문은 당시의 일화도 소개했다. “2004년에도 국가보안법의 완전 폐기를 주장하며 여야 합의(보안법 개정)를 깨뜨리는 데 가장 앞장섰던 게 정청래 의원이었다”면서다. 정 최고위원은 예전에도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2013년 7월엔 국정원 댓글사건 논란 때 “‘바뀐애’(박근혜)는 (청와대) 방 빼”라고 트위터에 적은 적도 있다. 북한 무인정찰기가 넘어왔을 땐 “북한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거친 설전을 벌였다.

 동국대 박명호(정치외교학) 교수는 “정 최고위원은 보수진영의 비난을 받으면 오히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상황에서 그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음란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배포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정 최고위원은 ‘긴급공지’를 통해 “누군가 해킹을 했는지 스팸 쪽지가 계속 날아간다. 제가 보내는 게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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