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분양권값 상승이 이끈 지방 청약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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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 느낌이 산뜻하다. 올들어 전국 각지에서 총 28개 단지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분양은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이 완료됐고 일부 중소도시 분양분은 미분양이 발생했다. 일각에서 그동안 공급이 많았던 지방 도시는 청약열기가 수그려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전혀 그런 기미가 안보인다.

대구 아파트 최고 경쟁률 152대1
울산·천안도 1순위에 청약 마감
“실수요자는 오히려 줄어” 분석도

 지난해 계약 성적이 100%였던 대구는 올들어서도 그 열기가 대단하다. 올해 5곳에서 청약을 받았으나 모두 히트를 쳤다. 지난 5일 분양한 수성구 만촌역 태왕아너스는 평균 152대1의 국내 최고 경쟁률을 보였고 북구 태전동 협성 휴포레도 33대1을 기록했다.

 경남 창원의 분양시장 열기도 여전하다. 가음동 꿈에그린은 117가구 분양에 1만5712명이 신청했고 변두리지역인 북면 감계 푸르지오는 1순위에서 마무리됐다.

 부산 또한 예사롭지 않다. 해운대 달맞이 유림 노르웨이숲이 74대1를 기록, 시장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방증해 준다.

 울산·천안권도 출발이 경쾌하다. 1월 중순 문을 연 울산 문수산 신동아 파밀리에는 1순위에서 청약이 완료됐는가 하면 천안 백석 3차 아이파크는 11대1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최근 분양에 들어간 천안 신부동 동문 굿모닝 힐은 1000가구가 넘는 큰 단지인데도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다. 청주·포항권의 성적도 만만치 않다.

포항 영일대 우방 아이유쉘은 20대1로 시장을 장악했고 청주 우암 삼일브리제하임은 1순위 컷을 무난히 통과했다.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생각만큼 시장의 온도가 높지 않다. 서울 마곡지구에 분양한 현대 힐스테이트는 경쟁률 22대1라는 큰 호응을 받았지만 다른 곳은 2, 3순위 청약권에서 수요자를 충당했다. 물론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모두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엄을 노린 가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웃돈이 붙지 않으면 과감하게 계약을 포기한다.

 지난해 4분기 민간 아파트 계약률은 전국 기준 84.7%로 3분기 78.3%보다 크게 나아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광역시권의 신규 주택시장이 호전돼서 그렇다. 반면에 지방은 전남을 제외한 다른 곳은 모두 하락해 실수요자가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방의 이런 현상은 분양가가 많이 올라 시세차익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가 상승폭이 컸다. 대한주택보증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858만4000원으로 전년 보다 6.5% 상승했다. 서울은 11.4%가 뛰어 2026만9000천원이었고 부산도 13.5% 오른 920만8000원 선이다. 대전을 빼고는 지방권도 모두 올랐다. 분양가가 많이 올랐는데도 올 초반 분양시장은 활기차다. 하지만 가격이 더 치솟을 경우 시장이 위축될 여지가 많다. 그만큼 분양가 책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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