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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한글이름 많아졌다|서울대, 열네번째 고운 이름 자랑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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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인의 이름이 다양해지고 있다. 고유한 우리말에 어원을 둔 부르기 좋고 소리가 아름다우며 좋은 뜻을 가진 개성있는 이름들이 차차 어린 세대에 붙여지고 있다.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회장 전영철)는 지난달30일 하오, 올해로 열네번째 고운 이름 자랑하기 잔치에서 상을 줄 사람들을 결정했다.
개인이름 중 올해의 으뜸상을 차지한 이름은 살아있는 여울(강) 이란 뜻의 허산여울. 버금상을 차지한 이름은 김슬옹과 성은나래.
김슬옹은 슬기롭고 옹골차다는 의미를 담은 것인데, 이 이름의 주인공은 현재 연세대 국문과2학년 학생으로 지난8월 새로 이름을 바꾼 후 재판을 통해 호적상의 이름까지 바꿨다 하여 화제가 되었다. 은나래는 은빛날개라는 뜻.
딸림상은 모두 3명. 예쁜 소나무란 임예솔, 꽃같이 아름답게 보아라, 또는 성(성)까지 합해 박꽃처럼 보라(소박하고 순수한)는 뜻의 박꽃보라, 그리고 곱고 아름다우라는 이고우나.
소리상은 심봄내라는 이름에게 돌아갔다. 봄의 냄새, 봄철의 내(천)라는 의미인데, 성과 함께 부르면 소리 또한 아름답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얘기였다.
가족상에서는 이새록씨 가족이 으뜸상을 차지했는데, 새록을 비롯하여 새난(새로난), 새내(새로운 시냇물), 새배(새벽의 고어)로 각 이름이 독특한 뜻을 가졌을 뿐 아니라「새」라는 돌림자를 갖고있는 이름이었다.
그밖에 강한고요, 심그린이, 이겨라, 박예슬(예쁨과 슬기로움), 김한밝(큰밝음), 한마음, 최이슬, 이아미(아름다운 여자아이), 장새줄기(새롭고 씩씩하게) 가족이 상을 받게 되었다.
모임과 상호의 이름 중에서는 물결이 지나간 흔적이란, 다분히 시적인 의미를 줄인 문예지이름인 믌그제가 으뜸상으로 뽑혔다. 한얼(하나의 정신)중학교, 박달나무 가구점이 버금상을 받았다.
그밖에 마을 주민들의 모임이름인 한우물회, 동창들의 모임이름 울타리, 취미클럽 모임인 아울(아름다운 울타리의 줄임)은 딸림상을 받게됐다.
꽃동네 꽂집, 아기옷집 꼬까방, 양장점 꽃실, 정기간행물 꾸밈, 엄마손 백화점, 잼마당(재미로 가득찬 마당) 동문회는 모두 추킴상을 받게 되었다.
고운이름 자랑하기 잔치가 시작된 15년 전부터 심사위원을 맡아온 허웅교수(서울대·한글학회이사장)는『개성을 존중하는 젊은 부모들 가운데 천편일률적인 중국식이나 항렬을 떠나 한글로 자녀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늘고있다』고 얘기한다.
또 같은 한글이름이라도 과거에는 누리·바다·시내 등의 사전에 있는 두음절의 명사에 치중하는 경향이었으나 요즈음에는 독창성이 깃든 다양한 이름이 많아졌다고 한다. 두음절 이상인 이름도 늘었다.
대체로 이름이 길어지는 경향인데, 『슬기롭게 다스려』중 첫글자 만을 딴것을 거꾸로 배열한「다슬」이란 이름, 『아름다운 여자』라는 뜻의「아미」는 일종의 창작어식으로, 이름짓는 방법도 다채롭다는 허교수의 설명이다.
한글이름펴기 모임의 박병찬씨는「밝덩굴」이란 한글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원전으로하여 박은『밝다』(세상을 밝게 비춘다)라는 뜻이라 밝으로 택했다고 한다.
어떤 한글이름이 좋을까. 우선 우리말에 어원을 두고 좋은 뜻에 아름답고 부르기 좋은 소리를 가진 것이 좋다. 너무 받침에 구애되지 말고 두음절의 틀을 벗어나도 좋은데 성과의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신선함이 넘치는 예술적인 이름이면 더욱 좋다는 것이 고운이름 자랑하기 주최측의 의견이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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