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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펜트하우스 값 333억원이죠, 현금으로 낼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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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10년 패리스 힐튼(오른쪽)과 샴페인 파티를 벌이고 있는 조 로(왼쪽). [뉴욕타임스]

2010년 초 뉴욕의 최고가 아파트 타임워너센터의 펜트하우스 76B호에 한 아시아 남성이 나타났다. 센트럴파크가 내다보이는 이 집을 둘러본 그는 “3055만 달러(약 333억원)죠. 현금으로 낼게요”라며 계약서에 사인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금융업계 종사자라는 그의 나이는 서른셋, 이름은 조 로였다.

 그는 곧 이 아파트를 친구에게 되팔며 40%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새 주인은 리자 아지즈(35),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의 의붓아들이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의 제작자다. 나지브 총리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했을 때 묵었던 숙소도 여기다. 문제는 이 부동산 거래에 검은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로가 축적한 검은돈이 아지즈를 통해 나지브 일가의 축재 및 정치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로를 “수퍼리치의 필수요원”이라고 묘사했다.

 로와 아지즈 간의 부동산 거래는 뉴욕에서도 여럿이며 비벌리힐즈로도 이어졌다. 이렇게 미국 부동산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로의 일상을 두고 NYT는 “낮엔 호화 맨션 쇼핑, 밤엔 초호화 클럽의 샴페인 파티”라고 표현했다. 그가 주최하는 파티의 단골 손님 명단엔 호텔 재벌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올라있다.

 말레이시아 페낭 출신의 로는 경영학석사(MBA)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을 졸업하며 세계 갑부들과의 인맥을 쌓았다. 이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며 나지브 총리 일가에도 손을 뻗쳤다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나지브 총리가 고전한 지역에서 그를 도왔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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