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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취재 뒷얘기] 다섯 번 찾아가니 "포기할 줄 알았는데 … 뭐가 궁금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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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대맛 라이벌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공정성과 독자 참여였다. 다수의 미식전문가 추천부터 일주일 동안 받는 독자투표 결과까지, 이 과정을 모두 지면에 공개하는 복잡한 절차를 만든 이유였다. 그렇다보니 취재가 쉽지 않았다. 투표를 통해 결정된 집만 소개하기 때문에 1·2위가 취재를 거절해도 다른 집으로 눈을 돌리 수 없는 상황. 몇 번이나 찾아가 설득하고, ‘사장 없다’며 둘러대는 가게에 몰래 가 밥을 먹으며 ‘매의 눈’으로 사장을 찾아 냈다. 맛대맛 시리즈를 총정리하면서 기억에 남는 맛집 취재 후기를 공개한다.

사장인 듯, 사장 아닌, 사장 같은

‘맛집 홍수’라고 할 만큼 맛집이 넘쳐나는 시대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오히려 차별성이 없다며 맛집 사장들은 언론 취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거절 방법도 다양했다. 취재의 ‘취’자만 나와도 “그런 거 안 한다”며 딱 말을 자르는 경우, 개인적 사정으로 언론에 노출될 수 없다는 경우, 같이 일하는 부모님이 혹은 아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경우, 사장이 출장 중인데 언제 오는지 모르고 연락도 안 된다는 경우 등 각양각색이었다.

 종로3가 목포홍어집은 처음부터 한 종업원이 전화를 받아 “사장이 없다” “내용 전달했는데 싫다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 가게로 직접 찾아가도 주인은 없고 종업원이 사장의 거절 의사를 반복했다. 할 수 없이 그에게 강남통신을 보여주며 기사 컨셉트를 다시 설명하고 돌아왔다. 그 뒤에도 그는 사장이 싫다더라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의 통화와 방문을 통해 종업원이 사장이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결국 “사장님이 사장님 맞으시잖아요”라는 질문에 종업원이라 했던 이종배(68) 사장은 멋쩍게 웃었다. 다섯 번 설득 끝에 약속을 잡고 찾아간 인터뷰 당일 이 사장은 “부부 둘이 운영하는 식당이라 인터뷰 할 시간도, 특별한 것도 없다”며 “사장이 없다고 하면 포기할 줄 알았다. 대체 뭐가 궁금하냐”고 말했다.

  반대로 사장이 아니면서 사장인 척 한 경우도 있었다. 신사동 전주청국장에 취재 요청을 하러 전화를 걸자 “내가 사장인데, 취재는 안 한다”며 거절했다. 그 뒤 몇 차례 전화에서도 마찬가지. 며칠 뒤 기자가 직접 찾아가 청국장을 시켜서 먹으며 사장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등산복 입은 한 남자가 받아 “정 그러면 난 식당에 없으니 다른 여직원과 인터뷰하라”고 답했다. 기자가 “지금 식당인데, 전화받는 거 봤다”고 하자 그제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 보니 식당 개업 연도에 비해 사장의 나이가 너무 젊었다. 계속 질문을 하자 본인은 오래 일한 실장이고 사장이 따로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요청 전화가 너무 많이 와 자신이 사장이라고 하고 모두 거절한다는 설명이었다.

 
1위 맛집 결국 못 실은 까닭은

설렁탕부터 홍어까지 42회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3위집이 소개된 건 모두 10회다. 사장이 해외출장 중이거나 식당 내부 수리, 혹은 지방에 본점이 있는 프랜차이즈점이라 인터뷰 자체가 불가능했던 적이 8번이었다.

 온갖 노력에도 결국 섭외에 실패한 경우가 짬뽕편 1위였던 을지로3가 안동장이다. 이곳은 몇 차례 전화통화에서 너무도 완고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직접 찾아가 짬뽕을 먹은 뒤 계산을 하며 사장을 찾아 강남통신과 취재의 진정성을 담은 손글씨 편지를 내밀며 다시 부탁했다. 하지만 사장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손을 휘휘 저었다. 결국 짬뽕편은 안동장을 뺀 2위와 3위집이 소개됐다.

 추어탕편에 소개된 정동 남도식당도 취재를 하지 못했다. 좁은 식당이라 예약을 받으면 다른 손님이 너무 오래 기다린단 이유로 식당 전화를 없앤 터라 매번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하루는 점심, 또 하루는 저녁을 추어탕으로 먹으면서까지 부탁했지만 실패. 마지막으로 커피믹스와 비타민 드링크제를 들고 찾아갔지만 “도로 가져가라”는 말만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안쓰러웠는지 주인 부부 딸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줘 그 얘기를 토대로 기사를 썼다.

 
맛집 사장 "누가 뭐래도 내 방식대로"

어렵게 설득해 만난 맛집 사장들은 모두 나름의 철학과 소신이 있었다. 대부분 장사가 되지 않으면 메뉴를 늘리거나 음식맛을 바꾸기 마련이다. 그러나 맛대맛에 소개된 사장들은 ‘내 방식대로 만들테니 맛있는 사람만 오라’는 고집이 있었다. 족발편의 장충동 평안도족발 이경순(81) 할머니는 오로지 깨끗이 씻은 생족에 생강으로 잡냄새를 잡고 간장으로는 간을 한다. 몸에 좋은 한약재를 넣은 족발을 찾는 손님들에겐 “몸 건강하려면 한약을 먹어야지 왜 족발집에서 한약 타령이냐”며 “가장 족발다운 게 가장 맛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개장편의 역삼동 동경육개장 오경희(65) 사장도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집은 토란·고사리·숙주 등의 건더기 없이 대파와 양지·사태만 들어간다. 오 사장은 “왜 건더기가 없냐고 하는데, 그냥 내 식대로 만드니까 먹어보고 맛 없으면 오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인의 고집이 세월을 거치며 확실한 단골을 만들었고, 그 집의 개성이자 역사로 10년, 20년 이어지고 있었다.

송정·심영주 기자 asitwe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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