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못 찾은 '유전 특검'… 연인원 230명, 예산 17억원 들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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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활동을 시작한 특검팀은 이 사업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는지 등을 집중 수사했지만 관련자의 추가 사법처리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60일간의 1차 수사를 끝내고 30일 동안의 2차 수사를 벌이고 있는 특검팀은 15일 수사를 끝낸다. 90일에 걸친 특검 수사가 검찰 수사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커짐에 따라 이른바'특검 무용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광재 의원 소환=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이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으며,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전대월(43) 하이앤드 대표에게 자신의 에너지 정책 자문위원인 허문석(71.해외 도피)씨를 소개하고, 허씨 등과 유전 사업의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나와 유전 사업의 배후라는 의심을 사왔다.

특검팀은 이 의원에게 유전 사업 관련자들과 자금 조달 방법 등을 논의한 적이 있는지 등을 캐물었으며, 이 의원은 "전씨에게 허씨를 소개한 것 외에는 유전 사업에 관여한 게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특검 출두 직전 "이 사건은 유전 게이트가 아닌 유전 사기극"이라며 자신의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성과 없이 끝나는 특검 수사=특검팀은 파견 검사 3명을 포함, 45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이 의원 등 대통령 측근들이 유전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16억8000만원의 예산이 배당됐고, 연인원 230여 명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7월 전씨와 허씨가 무리하게 러시아 유전 업체 '페트로사흐'인수를 추진하고 철도공사의 투자까지 받게 된 배경에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했는지를 밝히는 게 특검팀의 핵심 과제였다.

특검팀은 허씨의 고교 동창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69)씨 사무실 등 4~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관련자 10여 명의 e-메일 계정 50여 개를 압수해 분석했다.

이 의원에게 전씨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풀기 위해 '금융 분석실'을 설치, 금융감독원.관세청.국세청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청와대.외교통상부 등으로부터 전산자료와 외교 문건 등을 제출받아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새로운 사실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미 감사원과 검찰 조사가 저인망식으로 이루어져 추가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특검 무용론'부각=지난해 실시됐던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수사에 이어 이번 수사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특검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당시 김진흥 특검팀은 최도술(58)씨의 300억원 수수 의혹과 썬앤문 그룹의 95억원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에 대해 85일간 수사를 벌였으나 의혹 규명에 필요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심규철 변호사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치적 의혹을 가지고 특검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정조사 등을 통해 의혹이 구체화된 사안만을 특검에 맡기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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