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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대표발언 강도상승|소, "유가족에 조의"되풀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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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몬트리올=장두성특파원】
○…ICAO특별이사회는 15일밤(한국시간) 「코타이테」회장의 인사말이 있은직후 한국수석대표 박근대사의 연설로 시작됐다.
박대사는 약간 격앙된 어조로 소련의 만행을 규탄하고 한국정부의 5개항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소련의 날조·이중허위·기만·농간』등 직설적 표현을 많이 동원한 박대사의 이날연설은 지난번 유엔안보리에서 행한 한국대표의 연설에비해 훨씬 더 신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직설적 표현으로 소련의 만행을 규탄한것은 한국대표말고도 일본이었다.
네번째로 연설한 일본대표는 『소련의 행위는 전체인류에 대한 만행일뿐만 아니라 국제법상의 불법행위』라고 규탄하고 소련이 KAL기가 첩보활동을 했다는 날조된 주장뒤에 숨으려해도 허사라고 말했다.
○…소련은 『소련정부가 이미 이번 사건에 유감을 표하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했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해 뒤늦게 유감의 표시를 한데 대해 변명을 하는듯한 인상을 주었다.
세번째 발언자로 예정됐던 소련대표는 차례가 오자 의장에게 발언순위를 더 나중으로 돌려주도록 요청했다.
회의분위기를 충분히 파악한후 자기변명을 작성하려는 의도같았다.
○…이날 발언자들 가운데 인도와 체코가 노골적으로 소련편을 들었고 이집트와 중공이 중간 입장을 취했다.
특히 인도대표는 이 사건을 『가공할 비극이며 심히 개탄한다』고 소련을 지칭함이 없이 서두를 잡았지만 KAL기가 항로를 이탈한 이유등에 대해서만 의문을 집중시키고 소련의격추행위는 언급하지않았다.
인도의 가장 소련편향적인 의중은 인도대표가 『모든 사실이 밝혀질때까지 이사건에대한 판단을 보류하자』고 주장함으로써 분명해졌다.
중공은 1분에 미달하는 가장 짧은 연설을통해 『한국(사우드 코리아)의 여객기 격추사건이 충격적이었으며 이항공기에는 홍콩과 대만에 거주하는 우리국민도 타고있었다』고 말하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하는것으로 끝냈다.
○…발언자들은 대부분 진상조사를 해야된다는 점을 한번씩은 꼭 언급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런 요구는 소련을 조사의 주대상으로 삼아야된다는 암시를 하는측과 반대로 미국첩보기와 KAL기의 활동을 주대상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나타내는측, 양쪽모두를 조사대상으로 거론하는측등 그나라의 정치적입장에따라 3분되었다.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되던 토의는 소련대표 두사람이 연이어 발언에 나섬으로써 긴장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소련측은 먼저, KAL기와 미국 RC-135기의 『첩보활동설』을 강변하기위해 회의장 조명을끄고 KAL기와 RC-135기의 항로및 소련레이다망등이 표시된 슬라이드 차트를보이며 브리핑식 연설을했다.
뒤이어 연설한 소련수석대표 「사진」은 주로소련이 내세워온 KAL기의 항로이탈문제를 내세우면서 『어째서 이집트 대표외에는 한국여객기의 영공침범사실을 지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소련민항 아에로플로트에 제재를 가한 것이 부당하다고 비난하면서 적반하장격으로 자기들이 이 사건을 조사중이니 한국·일본·미국은 이사건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자기들에게 제공해서 이조사를 도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연설에서 한국을 세번이나 지적하면서 한국에 책임이 있고 KAL기조종사가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억지를 썼다.
○…그직후 박근대사가 다시 발언에 나서 『소련은 KAL기 항로이탈의 원인을 규명해낼수 있는 조종사를 죽이는 행위를 하고나서 비행기 잔해의 회수작업에조차 협조하지 않고 있으면서 오히려 첩보혐의를 내세우는 것은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조종사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시체에 침을 뱉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일차적이며 최고의 책임은 소련에 있다고 비난했다.
○…소련의 연설에 대해 한국말고도 일본과 미국대표가 각각 반박연설을했는데 소련대표는 이에대한 재반박은 하지 않았다.
미국대표는 반박연설에서 『소련은 늘 뒤늦게 단편적인 정보를 흘려보내지만 결국 자기들이 밝힌 자료에 의해 자승자박당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대표는 소련측이 제시한 자료를 인용, 소련측 주장대로라면 KAL기가 소련영공을 지나 6백20마일을 비행하는데 32분이 걸리는 셈인데 시속 1천1백40노트의 비행기로 어떻게 그와같은 비행이 가능하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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