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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도 잘쓰네, 캡틴 기성용의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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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신이면서도 헤딩을 꺼리던 기성용(오른쪽 아래)은 호주 아시안컵 이후 골을 위해 온 몸을 내던지는 전사로 거듭났다. 8일 기성용이 선덜랜드전에서 다이빙 헤딩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스완지 AP=뉴시스]
위건 유니폼을 입은 김보경.

오는 6월 시작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앞두고 축구대표팀 엔트리 경쟁에 일찌감치 불이 붙었다.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선순환 효과다.

 역설적이게도 대표팀 주장이자 붙박이 플레이메이커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생존 경쟁에 가장 적극적이다. 기성용은 8일 선덜랜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스완지시티의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0-1로 뒤진 후반 21분 호쾌한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개인 통산 4번째 득점이자 5번째 공격포인트(4골·1도움)다.

 체력 고갈과 시차 적응의 어려움을 뛰어넘은 투혼에 영국 언론이 찬사를 보냈다. 기성용은 아시안컵 전 경기 출장 이후 지친 몸을 이끌고 소속팀에 복귀해 사흘을 쉬고 그라운드에 올랐다. 그러면서도 풀타임을 소화했고, 총 56차례의 패스 중 51회를 성공해 91.1%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이 아름다운 다이빙 헤딩슛으로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고 보도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기성용에게 양팀 통틀어 최고 평점(7.5점)을 주며 경기 MVP로 선정했다.

 1m87cm의 장신이면서도 헤딩에 소극적이던 기성용은 카일 노튼의 크로스가 낮게 날아오자 자세를 낮춰 몸을 던졌다. 부친인 기영옥 광주축구협회장은 “성용이는 유럽 진출 이후에도 ‘발로 최고가 되겠다’는 고집이 여전했다. 머리로 골을 넣는 걸 보니 아시안컵 이후 확실히 한 단계 올라선 것 같다”며 웃었다. 득점 직후 기성용은 세리머니 대신 공을 집어들고 달리며 동료들에게 ‘역전을 위해 더 집중하자’는 제스처를 보냈다.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아시안컵 기간 중 보여준 리더십이 소속팀에서도 여전했다.

 대표팀 밖에서는 ‘슈틸리케호’ 승선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카디프시티에서 벤치에 머물다 자유계약으로 풀린 김보경(26)이 같은 챔피언십리그(2부) 위건으로 이적한 게 대표적이다. 김보경은 위건 유니폼으로 갈아입자마자 8일 본머스와의 경기에 선발 출장해 전반 45분을 뛰었다. 김보경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권상선 지스포츠 팀장은 “김보경의 위건행은 ‘뛸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지만, 실전을 통해 경기력을 높여야 대표팀 재승선에 유리하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최근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과 계약 해지에 합의한 박주영(31)이 터키 클럽 가지안텝스포르를 비롯한 유럽 클럽들과 협상 중인 것 또한 유럽 무대에 복귀해 대표팀 복귀 경쟁에 뛰어들려는 의도라로 볼 수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의 존재감이 높아지면서 엔트리 합류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면서 “아시안컵의 상승 분위기가 한국 축구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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