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을 통해 장기를 기증한다? 브라질의 '불멸의 팬' 캠페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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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당연히 ‘축구’다. 브라질은 월드컵 최다 우승국이자 가장 근래 월드컵을 치른 국가다. 또 ‘축구황제’ 펠레와 ‘축구 영웅’ 호나우두, 그리고 최근 떠오른 네이마르와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실제로 브라질 사람들에게 축구는 종교 다음으로 중요한 일로 꼽힌다. 일례로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이던 5월 26일, 브라질 중앙은행은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엔 시중은행의 폐점을 허용해 세계인의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브라질에는 각 주마다 16개~20개의 축구팀과 10만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하나씩 존재한다. 삶 속에 축구가 녹아 있는 셈이다.

이런 ‘축구의 나라’ 브라질의 지역 구단 스포르트 헤시피(Sport Club do Recife)는 2013년 팬들을 ‘불멸의 팬’으로 만들어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장기 기증을 통해서다.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 헤시피에 위치한 스포르트 헤시피 구단의 팬들은 “하느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헤시피다”라고 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구단은 이런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 “장기 기증을 통해 당신은 헤시피의 영원한 팬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며 독특한 장기 기증 캠페인을 펼쳤다. 팬이 세상을 떠난 뒤 기증한 눈·폐·심장 등은 이식을 받은 사람의 몸 속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영원히 헤시피의 팬으로 남을 수 있다는 말은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구단은 이를 광고 영상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바랐다. 광고 영상에는 실제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등장해 “당신이 준 눈으로 헤시피의 경기를 지켜보겠다”, “당신의 심장은 영원히 헤시피를 향해 뛸 것이다”, “당신의 폐는 헤시피와 함께 숨쉴 것이다”고 말한다. 이 영상은 2013년 칸 광고제 홍보 부문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이후 월드컵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5만 명이 넘는 구단 팬들이 장기 기증 카드를 만들었고, 1년 사이 장기 기증 건수는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헤시피 지역의 각막 기증 대기자는 0명으로 줄어들었다. 2015년 2월 현재 장기 기증 카드는 6만6000개 가량이 발급됐다.

페르남부쿠 주립 의과기관의 외과의사 페르난도 피게이라는 “장기 이식의 증가와 캠페인 참여 인구의 증가는 굉장한 연관성이 있다”며 “헤시피 지역을 넘어 전 페르남부쿠 주로 이 캠페인이 확산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멸의 팬’ 캠페인이 보다 널리 퍼져 전 브라질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현유 인턴기자
hyunyu_kim@joongang.co.kr
사진 스포르트 헤시피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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