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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 이익만 앞세우면 ‘짜내는’ 경영하게 돼 … 종업원 일할 맛 나겠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3호 08면

“주식 투자로 돈을 번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 회사 종업원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이다. 이익을 종업원들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

쌍용머티리얼 직원에 주식 증여한 ‘수퍼개미’ 한세희

 ‘수퍼개미’ 한세희(39·사진)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주와 직원의 공생이 확산되면 대주주들이 압박감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복지와 고용 조건도 좋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투자자의 증여는 ‘주주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주주자본주의 통념과 배치된다.
 “주주와 직원의 이익이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직원의 복리후생 수준이 낮아지고 ‘짜내는’ 경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너무 그런 쪽으로만 가면 세상이 삭막해진다.”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에서 번 돈으로 자본주의 한계를 고치려 나선 것처럼 들린다.
 “대주주는 회사에서 배당도 많이 받고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그런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증여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사회적으로 관심도 높아질 것이고 이런 문제가 화두가 되면 대주주들이 직원을 우대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른 대주주들도 나 같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쌍용머티리얼 이후 다른 증여는 없었지 않나.
 “증여하고 싶은 종목이 있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회사 측도 흔쾌히 수용해야 증여가 이뤄진다. 쌍용머티리얼은 협조적이었고 순수한 뜻을 잘 받아들여 줬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직원들이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싫어하고, 주식 말고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중민재단의 연구 결과 주주의 증여가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높이고 회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전업투자자일 뿐이다. 학문적 연구결과에 대해서 평가하거나 의견을 피력할 입장에 있지 않다. 자본이득을 나누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한 일인데 학문을 연구하는 분들이 추적조사하면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으로 본 것 같다.”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고르고 그렇게 해서 얼마나 벌었나.
 “통일된 기준은 없다. 업종마다 회사마다 다 다르다. 개별 업체를 깊이 공부해야 한다. 어떤 회사가 어디에 좋은 땅이 있는데 그에 비해 낮게 거래되면 그거 하나 보고 조금씩 사 모은다. 어떤 회사는 차입이 생겨 재무제표가 나빠졌지만 공장 투자가 끝나고 생산량이 늘어날 전망이면 그런 포인트를 잡는다. 제약사의 경우 신약을 개발한다고 하면 관련 논문을 모두 찾아 읽고 기술 수준을 가늠한다. 번 돈은 100억원대라고만 밝히겠다. 엄청나게 벌고 엄청나게 날리면서 남은 차액이다.”

 -경영에 참여하면 주주와 사원의 공생을 직접 구현할 수 있을 텐데.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회사가 한 곳 있다. 경영에 참여하고 싶은 회사였다. 연락해 보니 그쪽에서는 싫어하더라. 상대가 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하게 되면 회사가 방어하려고 돈을 쓰다 재무상태가 안 좋아지게 된다. 그러면 서로 손해다.”

 -집도 차도 없었는데, 아직도 그런가.
 “내 꿈이 운전면허 없이 사는 것이었다. 계속 서울에 살았는데 대중교통이 너무 잘돼 있어 운전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차는 물론 운전면허도 없다. 투자해서 번 돈으로 아파트를 한 채 샀다. 투자개념이 아니라 주거용으로 구입해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 셋과 함께 산다.”

 -투자는 타인의 부가가치 창조에 편승하는 일이지 직접 가치를 창조하는 일은 아니다.
 “내 업에 만족한다. 자유롭고 일하는 시간도 짧다. 다만 피케티가 말하는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 부의 편중이 생긴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주식시장의 경우 매도할 때 세금 0.3% 내고 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안 물린다. 자본이득에서 대해서도 세금을 걷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부의 취득에 세금 물리면 더 떳떳할 것 같다.”

 -중장기 주식시장 어떻게 전망하나
 “전망하지 않는다. 전체 시황은 큰 의미 없다. 중요한 건 종목과 개별 기업이다. 깊이 공부해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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