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사하로프」부인 「옐레나」여사 "거리의 회견"으로 반체제 대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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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재 모스크바 동쪽 4백㎞지점의 폐쇄도시 고르키에서 유배생활을 하고있는「안드레이· 사하로프」의 부인「옐레나·보네르」여사는 가끔 남편을 대변하는 입장에 선다.「옐레나· 보네르」여사는 6주에 한번씩 고르키로부터 모스크바까지 여행, 기자들앞에 나서 남편의 상황을 알리고 호소하는「반체제의 목소리」로 통하고 있다.
UPI통신보도에 따르면 「옐레나」여사의 남편 대변방식은 아파트 보도에서 갖는「거리의 기자회견」.
이 회견에서 그녀는 심장병이 있는「사하로프」를 모스크바로 가서 진료를 받도록해 줄 것을 소련당국에 요청했고 출국비자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정부는 두가지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핵물리학자인「사하로프」의 아내는 기자회견계획이 서면 서방기자 1명에게 전화를 건다. 이 말이 곧 모든 서방기자들에게 전달된다. 최근에는 10여명의 기자들이「옐레나」여사의 벤치주변에 모여 그녀의 말을 받아쓰거나 녹음을 했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옐레나」여사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는 것은 서방기자들만이 아니다. 소련반체제 인사들과의 접촉을 유지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미국외교관, 약15명의 KGB요원과 경찰들도 나타나 동태를 지켜본다.
옆을 지나는 소련인 행인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옐레나」여사의 「거리의회견」은 서방기자들이 소련인권운동과 접촉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기회중의 하나다.
소련의 인권운동은「흐루시초프」실각 이후 60년대 중반에 형성되었다.「흐루시초프」시절 문화적 해빙기를 누렸던 지식인들은 흐루시초프 실각으로「스탈린」시대의 집단 테러가 부활될 가능성을 우려해 인권단체들을 조직하기 시작했으며 70년대 중반에 헬싱키 인권협정 조인등 인권활동의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77년 정부는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수색·위협·체포선풍을 일으켜 반체제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데 온갖 힘을 쏟았다.
헬싱키협정에 따른 모스크바 감시기구는 지난82년 강제 해체 당했고 이 단체의 창설자인 「유리·오를로프」는 반소선동·선전혐의로 강제노동수용소에서 7년형을 살고있다.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반체제단체가 「미소신뢰확립을 위한 모임」인데 이 단체회원들마저 체포·구금·강제출국 당하는 등 핍박을 받고있다.
그러나 소련에서는 반체제의 불빛이 아직도 반짝거리고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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