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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정부 성명의 허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온세계가 소련의 비인도적 학살행위를 규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명백백한 증거를 무시한채 소련은 KAL여객기 격추사건의 책임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려는 후안무치한 기도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소련정부가 사전발생 6일만에야 발표한 공식성명은 KAL기를 그들이 격추시킨 사실만을 겨우 인정했을뿐 아직도 책임전가와 적반하장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성명내용을 보면 『그들의 전투기 1대가 KAL기의 비행을 중단시키라는 명령을 수행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소련측은 KAL기 피격사전이 일어난 이후 6일동안 『문제의 항공기가 사할린에 착륙한 일이 없다』 『KAL기가 북해도 동쪽 80km에서의 연락을 끝으로 소식이 끊겼다』 『수색결과 모네론도 지역에서 항공기사고가 일어난듯한 흔적을 발견했다』는 따위의 딴청만을 부려오다가 세계여론에 물리자 격추사실을 시인하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소련정부 성명은 그들의 범행에 구구한 변명과 발뺌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성명은 소련요격기가 KAL기와 접촉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예광탄을 쏘는등 경고를 하면서 그들이 지정하는 한 비행장으로 착륙하라는 요구에 불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감청장치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당시 상황을 녹음한 기록은 KAL기가 요격기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전자등을 깜박거리고 있다』는 조종사의 육성을 수록하고 있다.
이어서 『목표물에 접근』 『발사』 『공격완료』를 보고하는 내용도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확고부동한 이러한 여러 물적증거 앞에서도 동문서답하는 소련정부는 과연 어떤 집단일까.
소련정부가 KAL여객기의 항로이탈을 『여객기를 이용한 첩보활동』이라고 항변하는데는 어처구니가 없어 할말을 잊는다. 이번 사건으로도 드러났지만 미국을 비롯한 자유우방의 첩보능력이 전자기술의 개발과 함께 극도로 발달해있어 세계 어느 구석에도 그감청의 촉수가 미치지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인공위성이나 레이다기지나 첩보비행기·경보비행기등 각종 장비를 놓아두고 하필이면 수많은 인명을 태운 민간여객기를 이용하여 그러한 위험한 짓을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상식과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주장에 분노는 물론 실소를 금할수 없다.
소련정부 성명은 결코 공감할수 없는 항변을 계속한다. 『영공을 수호하는것은 주권국가의 권한이며 국제법원칙』이라는 귀절이다. 그러나 1944년에 제정된 민간항공기에 대한 시카고협약은 특별한 경우 민간항공기는 무해통행을 할수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무장 여객기가 실수로 영공을 침범했을 경우 그 나라에 무슨 해악을 끼칠수 있을까.
소련정부가 사건발생 6일동안 고심끝에 내놓은 공식성명이라는 것은 이토록 허구와 날조, 철면피한 책임회피와 책임전가로 일관하고 있다.
소련은 이에만 그치지 않고 그들의 기관지·TV·라디오등 모든 매체를 총동원해 격렬한 대미비난의 포문을 열고 선전에 광분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도 자명한 사리와 증거를 보면서 누가 그들의 억지에 찬 선전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모든것이 명백해진 이마당에 소련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한 배상을 거듭 촉구한다. 이것이 이른바 초강대국으로서의 의연한 자세요 도리일 것이다. 실수를 솔직이 인정하는 동시에 세계인류 양심앞에 깊이 사죄하고 피해를 보상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것을 세계에 공표하는 길만이 그들이 용서받을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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