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 재편·재배치 확정] 사실상 연합군 유사 체제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재편안의 키워드는 일본 자위대와 주일 미군 간의 '공용(共用)'과 '공동'이다. 즉 앞으로 기지를 같이 쓰며, 훈련도 같이 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다. 그동안 일 자위대와 주일미군이 따로 운영되던 것을 사실상 연합군 비슷한 체제로 통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나라는 29일 미 워싱턴에서 양국 외무.국방 담당 장관이 참가하는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위원회)를 열어 최종안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 재편 내용과 그 의미=이번 재편안의 핵심은 미 워싱턴주에 있던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개편, 일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있는 자마(座間) 미군기지로 이동키로 한 것이다. 주일 미 육군 거점 사령부가 된다. 일 언론들은 27일 "자마 기지가 향후 한반도 유사시에 지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곳에 일 육군 자위대의 향후 핵심 부대인 '중앙기동 집단사령부'가 배치된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미.일 공동사령부가 탄생하는 것이다.

도쿄의 미 공군 요코타(橫田) 기지로 일 항공자위대의 항공총사령부도 옮겨 온다. 이곳에 양국의 미사일 공동 방어를 위한 공동 작전센터가 설치될 전망이다.

또 가나가와현 아쓰기(厚木) 기지에 있던 미 해군의 항모함재기 부대는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 기지로 이전하고,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돼 있는 일 해상자위대 화상 데이터 수집기는 미군의 아쓰기 기지로 이전키로 했다.

이 밖에 오키나와(沖繩)현의 후덴마(普天間) 비행장에 있던 미군의 공중 급유기 12대가 규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현에 있는 일 해군 자위대 가노야(鹿屋) 기지로 이전해 온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는 일.미가 군사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 북한을 겨냥해 오키나와뿐 아니라 인접한 규슈에도 양국의 공동 기지를 확보해 두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육.해.공 모두 일 자위대와 주일 미군의 통합 운용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다만 양국은 "주일 미군 기지가 있는 지자체의 부담을 줄인다"는 당초 재편 취지를 의식, 오키나와의 캠프 코트니에 있던 제3해병원정군 사령부는 괌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내 미 해병 병력 1만3000명 중 30%인 4000명 정도가 줄어든다.

◆ 한반도에 미칠 영향=주일미군의 재편은 한반도와 주한미군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강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미 본토의 1군단사령부가 재편.이전하는 형태로 자마에 거점 사령부를 신설한 것은 3만7000명이었던 주한미군이 2008년까지 2만5000명으로 줄어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며 "자마 기지가 대테러 작전과 유사시 동아시아 사령탑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 방위청의 한 관계자는 "한국 내 연합사령부 해체 등 주한미군의 재편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결판나든 미국은 동북아에서 전쟁 억지력 유지를 위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연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 당국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일미군이 동북아 미군의 핵심이 되면서 주한미군의 위상이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는 대목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10월 28일자 6면 '주일미군 재편.재배치 확정'기사에 실린 그래픽에 실린 군인은 미군이어야 하나 제작 과정의 실수로 영국군 복장으로 실렸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