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모녀 계좌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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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자살한 경북 포항 모녀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이 계좌 추적에 나선다. 모녀가 전기요금·가스비·아파트 관리비를 수개월간 연체한 이유가 생활고가 배경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생활고를 사인으로 추정한 경찰과 달리 유족과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집을 팔고 남은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포항 남부경찰서는 6일 모녀의 은행계좌 잔고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작은딸 등 유족의 협조를 얻어 모녀의 주거래 은행 이체 내역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망 직전 모녀의 금전적 상황만 확인하면 빠른 시간에 보다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모녀가 사망 직전 쓴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도 뒤늦게 발견됐다. 지난 5일 오후 청소부들이 모녀의 아파트에서 짐을 정리하다 장롱 이불 속에서 찾아냈다. 경찰에 따르면 유서는 모녀가 각각 한 장씩 큰 글씨로 똑같은 내용을 짧게 썼다.

'시신을 찾으면 화장을 해서 바다에 뿌려달라'고만 쓰여 있었다. 경찰은 "현재 유서는 남아있지 않다. 유족이 청소부에게 받아 읽어보고 특별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해 불에 태워버렸다"고 말했다. 포항 모녀는 지난 3일 오후 8시쯤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포항=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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