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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8개월 걸렸다 … 불붙은 6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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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5일 코스닥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8개월 만에 600 선을 돌파하며 600.81로 장을 마쳤다. [뉴시스]

마치 한 편의 격렬한 전투 장면을 보는 듯했다. 코스닥시장 얘기다. 전날 598.23으로 장을 마감한 코스닥지수는 5일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600 선 고지를 넘었다. 그러나 불과 40분 만에 다시 600 선을 내주며 599, 598 선으로 계속 밀렸다. 이어 후퇴를 거듭한 상승세력이 힘을 모아 쟁탈전을 벌인 끝에 47분 뒤 600 선을 되찾았다. 이날 오후 3시 장 마감까지 치고 올라가는 세력과 밀고 내려오는 세력이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다. 결국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58포인트 오른 600.81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600 선을 돌파하기는 6년8개월 만이다.

 코스닥시장에서 600은 ‘마의 벽’ 또는 ‘유리천장’으로 불렸다. 거품 논란이 일기도 했던 코스닥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크게 휘청거렸다. 2008년 6월 26일 602.74였던 코스닥지수는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그해 10월에는 261.19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후 코스닥시장도 점차 안정을 찾았지만 600 선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박스 안에서 튕기는 공처럼 600 선 아래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코스닥의 상승세를 이끌 주도 종목과 동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각종 기록도 갈아 치웠다. 시가총액이 지난해보다 17조원 늘어난 160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전년보다 8000억원 늘어난 2조7600억원으로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1800~2100 선의 박스권에 꽁꽁 묶여 있는 코스피와 달리 중소기업이 상장돼 있는 코스닥이 역동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남용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진단했다. “코스피는 ▶주도주가 없고 ▶시장을 주도하는 수급 주체가 없으며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3무(無)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은 다르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게임·미디어·콘텐트 등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과 맞물려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종이 쑥쑥 크고 있다. 여기에 세계 반도체시장의 성장으로 관련 기업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 데다 중국 소비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이 코스닥에 몰려 있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약진을 저성장·저유가·고령화 등으로 인한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코스피에는 저성장·저유가에 타격을 받는 대형 수출주가 몰려 있는 데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혜가 제한적인 업종이 많다”며 “코스닥에는 이런 요인의 영향을 덜 받거나 오히려 수혜를 받는 업종이 많다”고 말했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있지만 코스닥에는 성장성이 부각되는 ‘핀테크(금융+기술)’와 모바일게임 업종이 상장돼 있고 유가 변동과 무관한 정보기술 , 바이오 , 오락·문화 등의 업종이 포진해 있다는 설명이다.

  2008년 코스닥시장에서 하드웨어와 일반 제조업의 비중은 49%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40%로 축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헬스케어·소프트웨어 등 업종은 20%에서 40%로 크게 늘었다.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코스닥 상승세를 예상하는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임 연구원은 “앞으로 코스피는 박스권 흐름이 예상되지만 코스닥과 중소형주의 추가 상승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4일 현재 코스닥의 신용잔액은 2조9000억원 수준으로, 코스피(2조7000억원)보다 많다.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이 코스피의 8분의 1 규모에 불과한 코스닥에 더 많다는 뜻이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닥은 올 들어 한 달여 만에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웃도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 속도 조절 국면으로 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창규·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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