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아르바이트|박미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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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름방학을 며칠 앞두고 대학 3학년인 친정 막내동생이 찾아왔다.
무덥고 긴 여름방학을 그냥 허송 세월하기 보다는 무엇이든지 아르바이트를 해 보아야겠다며 어떤것을 해야 좋을까 누나의 조언을 듣고 싶어 찾아 왔단다.
과외금지 조치 이후 사실 대학생이 아르바이트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소리를 들어온 터라 어떤것을 꼬집어 일러주기가 난처했다.
나는 동생에게 별 좋은 의견을 주지 못하고 동생은 집으로 돌아갔고 다녀간 며칠후 취직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햄버거 하우스의 빵 굽는 자리에 취직을 했는데 시간당 5백원에 하루5시간 근무한다며 거기에서 차비와 점심 식사비를 빼면 1천5백원 정도 손에 쥔다며 거금이라고 자랑을 하며 일차 방문해서 자신이 만든 햄버거 맛이 어떤가 시식을 해 보라기에 두아이를 데리고 동생이 일하는 곳을 찾아 보았다.
흰 가운에 흰캡을 꾹 눌러쓰고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는 동생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고 안경은 코끝에 달랑 걸쳐져 있었다.
집에서는 지금도 엄마의 젖가슴을 더듬는 철부지 막내로만 보아 왔는데 자기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을 보니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다.
얼마전 시골에서 친척 어른이 올라오셔서 도대체 부족할 것이 없는 네가 무엇 때문에 그런 고생을 하느냐고 물으시니『부족한 것은 경험이예요. 경험도 얻고 돈도 벌고 또 내가 얼마나 사회적응력이 있나 테스트도 해 볼수 있으니 이게 바로 일석삼조 아닙니까』 하며 웃는 동생이 한뼘쯤 더 커 보였다.
오늘 개학도 되고 해서 그곳을 그만 두었다며 그동안 번 돈으로 포도를 한아름 사서 찾아온 동생의 앞날이 알이 꽉찬 포도송이를 보는 것 같았다.

<경기도안양시안양6동명학아파트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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