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369)|두통과 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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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약은 원래 병을 고치거나 예방하기 위해 쓰도록 만들어 졌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약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좋은것도 그것을 과다하게, 장기간 사용하면 신체에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옛 사람들도『약이 과하면 신체를 해친다』고 해서 약의 남용을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설명하려는 가성뇌종양 증세도 약의 과용으로 생기는 법이다. 최근 사회에서 흔히 쓰이는 약제들이 그 부작용으로 뇌압을 상승시켜 흡사 뇌종양 환자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여러가지 증상을 나타내는데 이 때문에 병명도·가성뇌종양이라고 부르고 있다.
세균에 감염됐을때 많이 쓰이는 테트라사이클린이란 항생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뇌압이 올라가는 수가 있다.
요즘 널리 애용되는 비타민도 과다 복용하면 비슷한 부작용이 오며 신경통 약으로 알려진 스테로이드제제도 장기 복용하면 살이 찌고 고혈압·위출혈등이 생기는 외에 뇌압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피임을 위해 경구피임약용 장기간 복용했을때도 혈관폐쇄증이 나타나면서 뇌압이 올라가고 어린이나 어른에서 보약제로 알려진 녹용등을 너무 과용해도 뇌압이 올라간다.
이들 약제의 과용에서 생기는 가성뇌종양 증세는 심한 두통이 주로 양쪽 앞머리 부분에 국한해서 생긴다. 두통이 가끔 생겨 아주 심해졌다 다시 좋아지는 것이 반복된다.
가성뇌종양에 의한 두통은 시력 이상, 즉 물체가 아른거리거나 물건이 둘로 보이는 복시증상이 동반되는 것이 보통이다. 드물게는 두통과 복시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반복되다가 실명에 이르는 수도 있다.
또 뇌압이 오른때문에 안저가 부어있고 출혈이 약간 있는 것을 검사에서 발견하는 수도 있다.
이런 증상들 이외에는 뇌척수액 검사소견이나 두개골 X선 촬영에서도 아무 이상이 나오지 않아 과거에는 뇌종양과 가성뇌종양을 감별하기가 까다로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뇌컴퓨터촬영기가 만들어져 이 두가지의 차이를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즉 뇌종양에서는 사진상 종양이 보이고 뇌압검사에서도 높은 것을 알 수 있지만 가성뇌종양에서는 뇌압만 높을뿐 종양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뇌압이 계속 높아지면 시신경을 압박해 실명되는 수가 있으므로 일단 가성뇌종양으로 확진되면 즉시 뇌부종이 빠지는 약제를 쓰거나 이뇨제 등으로 시신경이 위축되는 것을 막아주게 된다.
상태가 심해 약물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바로 뇌수술을 실시, 뇌압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게 된다.
가성뇌종양은 글자 그대로 뇌종양에서 나타나는 임상증상과 같은 두통·시력장애·구토·경련등의 증상을 보이므로 이럴때는 즉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시력보호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어쨌든 약은 과다하면 오히려 몸을 해치므로 과용, 특히 앞서 얘기된 약물의 남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연세대의대 윤방부교수(가정의학과)의 중년병을 연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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