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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열린우리당 참패가 말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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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특히 이번 선거 기간 내내 '강정구 파문'과 그에 따른 국가 정체성 시비가 최대 이슈로 부각됐던 점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선거 결과에 함축되어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이번 선거결과가 그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이번 선거결과에 자만해서는 안된다. 전통적 텃밭이자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구지역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그 정도의 표를 내주었다는 점은 한나라당이 향후 진로 모색에 두고 두고 참고할 대목이다. 확실한 지지기반에서 그만큼을 내주었다면 수도권 등 중도 성향의 지역에서 최소한 그만큼을 더 얻어냈어야 했는데 그렇다는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 역시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여야는 선거결과에 따른 정치 공방을 지겹게 이어나가지 말아야 한다. 자칫 내년 지방선거까지 분위기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이 정기국회 회기 중이란 점을 인식하고 그동안 선거 때문에 소홀했던 각종 민생 정책의 입안과 국정 운영의 감시활동에 주력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본연의 일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을 때 그 결과가 값진 것이지 지금 상황처럼 상대의 잘못으로 인한 반대 급부나 챙기려는 접근 방식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야 모두 하루빨리 선거분위기부터 가라앉히고 각종 민생 현안을 챙기는 경쟁에 나서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