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 자금책」박대성씨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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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명성사건의 사채놀이 주역으로 전국에 지명수배중이던 명성그룹 자금담당 상무겸 조달본부장 박대성씨(37)가 30일 상오3시 그동안 은신중이던 서울 신반포 한신아파트 1백10동407호 애인 이연숙씨(26·앰배서더호텔 호스티스)집에서 잠적 25일만에 경기도경 형사대에 검거됐다. 박씨는 지난6일 명성사건이 확대되면서 수사당국의 감시망이 좁혀지자 마산으로 도피, 5일간 숨어있다가 11일 가족들을 마산으로 오게해 이틀을 호텔에서 지내다가 13일상오 가족들과 헤어져 서울로 잠입, 애인 이씨집에 숨어 지냈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애인 이씨도 범인은닉혐의로 검거했다.
박씨의 검거로 명성사채놀이의 규모 및 수법, 그리고 새로운 관련자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며 미국으로 달아난 사채중개인 박기서씨(61)의 도피경위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박씨잠적 5일만인 지난11일 하오10시 전국에 수배전통을 내리고 박씨검거에 1계급특진을 내걸었다.

<검거>
경찰은 30일 0시30분쯤 박씨가 이씨짐에 숨어있다는 제보를 받고 경기도경 수사과 정석준경위등 5명의 형사대를 출동시켜 현장을 포위했다.
이때 이씨 아파트는 불이 꺼진채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경찰은 이파트 관리실에서 실내 인터폰으로 『당신집에서 물이 새어 아랫집으로 떨어지니 손좀보게 문을 열어달라』고 했으나 이씨는 『너무 늦었으니 내일 고치자』고 거절했다.
형사대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 했으나 이럴 경우 박씨가 자해나 투신할 우려가 있어 3명이 밖에서 망을 보고 다른 2명이 옆집 베란다를 타고 이씨집 응접실로 접근, 베란다문을 따고 들어갔다.
안방에서 팬츠차림으로 자고 있다가 인터폰 소리에 깨어난 박씨는 『경찰에서 왔다』고 하자 아무런 반항없이 순순히 두손을 내밀었다.
체포당시 박씨는 현금2만원만을 갖고 있었으며 이발을 한 말쑥한 차림이었다.
박씨는 81년10월 서울영동 삼정호텔 나이트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이씨와 처음 알게된 뒤 지금까지 관계를 맺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경기도경에서 범인 박씨와 그를 숨겨주었던 애인 이씨의 신병을 검찰에 인계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6일 아침일찍 회사에 츨근했다가 하오4시쯤 집에 잠깐 들렀다. 박씨는 초조한 모습으로 집에 들러『염려하던 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잠깐 몸을 피해 있겠다』며 현금과 옷가지등을 주섬주섬 챙기고 자신이 평소 타고다니던 서울1가2691호 로열레코드 승용차를 차고에 그대로 두고 조모씨(35)가 운전해 온 서울3라4104호 은색 피아트승용차를 직접 운전, 황급히 떠났었다.
박씨는 그후 부인 김씨(38)를 마산으로 불러 호텔에서 이틀을 지내다 부인을 먼저 상경토록 하고 이날하오 혼자서 서울로 잠입, 애인 이씨집을 찾아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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