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2년7개월 만에 '헌정 복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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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슬아슬한 통과=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지난 15일 실시된 헌법안 찬반 국민투표가 가결됐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선관위 대변인 파리드 아야르는 "헌법안에 대한 지지율이 과반을 넘었고, 전국 18개 주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반대한 주가 두 곳밖에 안 되기에 헌법안이 가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법안은 과반수가 반대하거나 3개 주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이 반대할 경우 부결된다.

전체 투표자 가운데 찬성은 78.6%, 반대는 21.4%.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투표율은 63%였다. 전체 찬성은 이미 예고됐다. 하지만 수니파가 다수인 3개 주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 때문에 미국과 과도정부는 노심초사했다. 개표 결과 수니파 저항의 중심지 안바르주와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 주에서만 3분의 2 이상이 반대했다. 부결 가능성이 점쳐졌던 북부 니네베의 경우 반대가 55%에 그치는 바람에 헌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 안정의 계기=헌법안 통과로 이라크 전쟁 2년 7개월 만에 헌정(憲政)이 복구됐다. 새 헌법에 따라 일단 새로운 총선이 12월 중순 이전에 실시된다. 총선에서 선출될 임기 4년의 의원들이 대통령과 총리 등 행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새 정부는 2006년 1월부터 이라크를 통치하는 진정한 독립 정부로 출범한다.

헌법안 통과는 또 이라크 내 수니파 저항세력을 약화시키는 계기로 기대된다. 저항의 명분이 흐려졌다. 수니파들도 참여한 국민투표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한시름 놓게 됐다. 헌법안 국민투표는 미국이 지원해야 할 민주화 일정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다. 앞으로의 총선과 정부 구성은 이라크인들에게 넘어간 셈이다. 독립 정부 출범 이후 미국 등 외국 주둔군은 철수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 난관도 있어=수니파의 반발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다. 헌법안을 지지하는 수니파는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 수니파는 투표에 참여했지만 반대표를 던졌다. 12월 총선 후 약속대로 시아파.쿠르드족이 수니파의 입장을 반영할 헌법안 수정 협상을 벌인다고 해도 이해 조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다. 후세인 정권의 주축이었던 수니파는 헌법안이 가결될 경우 다수파인 시아파와 북부 쿠르드족이 자치 정부를 장악할 것을 우려해 헌법안에 반대했다. 또 유전지대를 차지한 시아파.쿠르드족이 석유 판매 이익을 나눠주지 않거나 자치 정부를 구성해 독립할 경우 수니파는 가난한 소수 집단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왔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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