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잘 놀고 쉬는 데도 노하우 필요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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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쉬고 노는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로 알려진 김봉중(54)씨는 한때 잘나가는 손해보험사의 중역이었다. 2년 전인 2003년 5월 상무이사를 끝으로 26년간 몸담아 온 신동아화재를 그만둔 그는 훌쩍 유럽여행을 떠났다. 비행기 티켓만 끊고 출발해 38일 동안 프랑스 파리 등을 돌아 본 여행은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계기가 됐다.

"도심지역 호텔과 휴식시설이 주말엔 30% 이상 할인을 해주더군요. 상당수 도시인이 주말에는 교외로 떠나 도심이 텅 비기 때문이었죠. 그때 퍼뜩 떠오른 생각이 한국에도 본격적인 주5일제 시대가 열릴 텐데 대비해야겠구나 하는 것이었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는 새로운 주말문화에 대비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그리고는 '주51넷'(www.ju51.net)이란 여가 포털 사이트를 그 해 9월 개설했다. 1996년부터 직원들과 e-메일을 주고 받을 정도로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그는 "쉬고 노는 것도 기술이고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작 직장인 10명 중 한 두 사람만이 등산같은 주말 취미생활을 할 뿐 8~9명은 어디서 어떻게 놀지 모르고 허송하는 게 현실이란 지적이다.

김씨는 "이렇게 대책없이 주말을 보내면 노년에 접어들어 점점 여가 보내기가 어려워 진다"고 말한다. '여가는 공짜'라는 생각을 버리고 '100% 즐기기'를 위한 치밀한 계획과 정보수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더욱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갈 자녀에게 알찬 여가생활의 노하우를 가르쳐야 하는 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의 여가 포털은 입소문을 타고 하루 최대 1만 명이 찾는 정보 거점이 됐다. 지난해 3월에는 명지대 여가정보학과와 산학협동 계약을 맺었고, 내친 김에 여가정보학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휴(休)테크'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라는 게 김씨의 진학 동기다.

김씨는 얼마전 '주말을 잘 공략해야 인생이 성공한다'(랜덤하우스 중앙)는 책도 펴냈다. 자기만의 여가스타일을 갖춰야한다는 등 주말 즐기기 10계명도 담았다.

그는 "회사 주인이 세번 바뀌는 동안에도 7년간 계속 임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한 일벌레였던 제가 이젠 노는 데 도사가 됐다"며 웃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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