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시민이다] 친구 따돌린 적 없는데 반성문 쓰라면 … 서울시립대 인성면접 문항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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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입 수시모집 면접 등에서 인성평가를 반영하기로 한 가운데 인성면접용 문항을 개발한 대학이 나왔다. 서울시립대는 3일 “교내 연구팀을 꾸려 인성평가 면접 공통 문항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학의 사례는 앞으로 대학들이 입시에서 어떻게 인성을 평가할지 수험생과 학부모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 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사범대를 시작으로 3월 새 학기에 고2가 되는 학생이 치르는 2017학년도 대입부터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 면접 등에서 학생의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살펴보도록 할 계획이다. <본지 1월 23일자 1면>

 서울시립대는 “2014학년도 입시부터 수시에서 인성평가를 반영하고 있는데 지난해엔 상담심리전문가와 입학사정관, 고교 교사의 자문을 거쳐 인성평가 면접 공통 문항을 만들었다”며 해당 문항을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시립대는 2015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과 고른기회입학전형 면접에서 이들 문항을 사용했다. 해당 전형은 1차에서 서류로 두 배수를 뽑고 2차에서 면접만으로 당락을 결정했다. 시립대 김재우 입학사정관은 “면접에서 인성평가의 반영 비율은 30%가량이었지만 학업능력 등 다른 면접요소는 서류에서 이미 걸렀기 때문에 인성이 중요한 잣대였다”고 설명했다.

 시립대의 면접 문항은 ▶조별 수행평가를 하면서 역할을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가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장기 실험과제물 제출을 이틀 앞두고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했는데 보고서를 적당히 고쳐 제출할 것인지 등을 묻는 내용이다. 김 입학사정관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남을 배려하는지, 말을 잘하기보다 원만하게 남과 대화할 수 있는지, 팀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할 것인지 등을 본다”고 말했다. 박훈 입학처장은 “인성이 좋은 학생을 골라내려는 게 아니라 부적격한 학생을 가려내기 위한 평가”라며 “앞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선 인성을 더욱 중요한 요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면접 전 질문지를 받아 답변을 생각한 뒤 교수 등과 5분가량 대화를 주고받는다. “답변의 방향이 바람직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 대학 측의 설명이다. 김 입학사정관은 “문답을 하다 보면 배려나 협동, 윤리의식을 지닌 학생들은 그 이유를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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