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이야기 정직하게 쓰도록 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요즘은 무엇이든 넘치는 시대다. 정보가 넘치고 책이 넘치고.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참고자료도 컴퓨터에 앉아서 클릭만 하면 다 펼쳐진다. 책이나 참고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요즈음 아이들은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사고력이나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곧잘 따라 다닌다.

교육전문가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제시하고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독서량은 많은데 글쓰기가 안 된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 대체로 아이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설문 조사해 보면 "독후감쓰기가 싫어서 책을 싫어한다"고 대답하는 경우도 많다.

문자 언어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펜으로 종이위에 옮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며 문자 습득에서 문장배열, 사고력 및 표현력 훈련 등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정직하게 쓰도록 하자=글쓰기 지도를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생활 속 이야기를 정직하게 쓰도록 해야 하는 점이다. 정직하게 자기 불만을 토로하는 아이들은 건강하다. 아이들 마음속에 맺혀있는 무거운 이야기를 글로 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지 못하면 병들고 폭력을 쓰고 일탈을 생각하게 된다. 학교생활, 친구, 선생님, 부모, 형제, 학원, 공부 등 초등학생의 삶의 문제들을 정직하게 쓰도록 해야 하며 부모나 교사는 글을 읽고 판단이나 평가가 아닌 이해를 하며 의사소통을 해야 아이가 글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정직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잘 쓰라고 다그치지 말고 정직하게 쓴 글을 가치 있게 평가하고 그 속에 나타난 어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은 자신이 쓴 글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글이라 생각하며 글쓰기를 즐거워 하게 된다.

★경험한 일을 쓰도록 하자=아이들이 쓰는 글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글은 서사문이다. 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수필, 기행문, 감상문, 기사문 등도 서사문이 글의 뿌리가 된다. '삐삐 롱스타킹'을 쓴 스웨덴의 동화작가 린드그렌은 기자들이 왜 요즘 어른들의 이혼이야기는 쓰지 않느냐고 질문했는데 "나는 이혼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잘 쓸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한다.

이 말은 자기가 경험한 일이 글쓰기의 기본임을 나타낸다. 서사문쓰기의 기본 요령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하였다'는 여섯 가지가 분명하게 나타나도록 글을 쓰는 것이다. 가족과 여행을 다녀와서, 학교 견학을 다녀와서, 엄마한테 야단을 맞고 나서,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서사문형식으로 쓰도록 하면 좋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 본 것 들은 것을 쓸 때 더 자세히 생동감 있게 쓸 거리가 많다.

은유나 비유 같은 글쓰기 표현법은 서사문쓰기를 통해서 자세히 생각하다 보면 적절한 표현법이 나온다. 여름에 초록색 감을 본 아이는 가을에 빨갛게 익은 감을 보면서 "감이 햇볕에 데었나 봐"라고 표현할 수 있다.

★생활을 관찰하고 이야기 할 시간을 주자=아이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위에서 있었던 일을 쓰라고 했지만 있었던 일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써야한다. 일상생활을 잘 관찰하고 읽으면 쓸 거리가 많아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EQ는 남의 감정을 읽고 배려하는 능력이다.남의 감정을 읽고 행동하기 위해 관찰을 하면 대인관계나 의사소통이 원만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글로 나타나게 해 본다. 학교에서 친구가 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이런 사고 작용을 한 후 일기나 글을 통해 자기 생활을 들여다보면 글쓰기가 자기 삶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있었던 일은 실감나게 더 잘 쓸 수 있다. 겪지 않은 일 없었던 일을 상상해서 쓰는 것은 초등학교 어린이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초등학교 어린이 글쓰기는 창작이 아니라 생활이어야 한다. 아이는 잘 쓰기 위해 관찰해야 하고 부모나 교사는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관찰해야 한다.

(조인스닷컴 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