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 자유화해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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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영화계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10여년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영화계는 아직도 회생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있다. 우리영화계가 그동안 얼마나 깊은 불황의 늪에서 허덕였는가는 각종 통계수지에서 잘 드러난다. 전국의 관객수는 호황의 피크였던 69년도의 1억7천3백만명에서 지난해엔 4천2백73만명으로 무려 4분의1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동안 인구가 1천만명이나 늘었음을 감안하면 그 현상은 더욱 심하다.
국민 한사람이 한해 평균 5편이었던 것이 최근엔 1편꼴밖에 안된다.
장사가 안되자 문을 닫는 영화관이 속출했다. 71년 전국에 7백17곳이나 되던 영화관이 지난해엔 4백2곳으로 줄었다. 한해평균 30곳정도씩 문을 닫은 셈이다.
이같은 흥행의 저조는 자연히 제작활동을 위축시켰다.
71년 한햇동안 2백2편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것이 지난해엔 고작 97편의 영화가 만들어졋을 뿐이다.
그동안에도 몇몇 실력있고 뜻있는 영화인들에 의해 적잖은 우수영화가 만들어져 온것은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영화계의 역류」되돌릴수 없었다. 아시아 제1의 영화선진국이었던 한국은 어느새 후진국으로 낙오되어버렸다.
이 모든 침체와 불황의 원인은 영화인들과 영화행정 당국으로 탓을 돌릴수밖에 없다.
컬러TV탓도 있지만 아직도 좋은 영화를 찾는 관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73년 개정된 현행 영화법은 우리영화 발전에 숱한 장애와 모순을 낳고있다는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영화법은 현재 등록되어있는 20개 영화제작업자외에는 영화제작활동을 금지하고있다. 영학제작의 독과점을 법으로 인정하고있는 셈이다.
영화제작업자들은 이같은 「법의 보호」속에서 연간 4편이상의 국산영화만 만들어내면 최소한 3억∼4억원 이상의 잇권이 달린 외화수입권을 따낼수 있다.
영화제작업자들간에는 『외화 한편으로 1년 장사한다』는 「경영이론」이 공공연히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사운을 걸고 많은 제작비와 정열을 쏟아넣어 참다운 우수영화를 제작하려는 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결국 우리영화는 외화수입을 위한 ?여취급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나마 일부 영화제작업자들은 영화를 만들고 싶으나 「권리」가 없는 영화인들에게 제작권을 팔아 권리금도 받고 의무편수도 채우는 「꿩먹고 알먹기」식의 불법행위도 자행하고 있다. 이른바 대명제작이 그것이다.
또 일부 양식없는 영화인들은 이같은 일부 영화 제작업자들에 빌붙어 그들의 요구대로 수족노릇을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당국은 영화계에 이럴수밖에 없는 여건을 마련해놓은 셈이고 일부 선택받은 영화제 작업자들은 법의 보호망속에서 마음껏 예술과 상업활동을 펴온 셈이다.
결국 그동안 우리영화의 발전과 진흥은 오로지 20개 영화제작업자들의 「양심」에 달려 있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영화계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왔지만 영화업자 가운데 파산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는 점은 우리영화계 현실의 많은 문제점을 시사해주는바 크다.
영화제작업자들을 제외한 영화인들의 모임기구인 한국영화인협회는 18일▲영화제작 활동을 자유화하고▲외화수입권을 공영화하는등 현행 영화법을 개정해줄것을 1천60명 회원의 이름으로 문공부등 관계당국에 촉구했다.
법이 바뀐다고 지금까지 쌓여온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리는 없다.
하지만 모든 예술분야가 개방되고 자율화되는 마당에 유독 영화만이 규재되고 과보호되어야할 이유는없을 것 같다.<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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